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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1만6500장은 대포도 못뚫을 진실의 두께”

[기타] | 발행시간: 2013.07.21일 20:05

[한겨레] 조정래의 ‘태백산맥’ 문학 기행

작가, 독자 80여명과 벌교행

소설 무대 둘러보고 문학관 강연

“집필 목적처럼 남북 화해를” 강조

“쓰는 동안 감옥 든 기분이지만

뜻한 대로 글 풀려나갈 땐 쾌감”

“<태백산맥>이 시작되는 장소가 바로 여깁니다. 좌익 청년 정하섭이 현 부자네 제각에 딸린 무당 딸 소화 집을 찾아오는 장면이죠. 처음 ‘태백산맥 문학관’ 자리를 어디로 할지 작가한테 의견을 물어 왔을 때 제가 고른 곳이 소화 집과 현 부자네 제각에서 지척인 지금의 자리입니다.”

20일 오후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문학관 옆 ‘현 부자네 집’ 마당. 작가 조정래씨가 독자들에게 자신이 쓴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태백산맥문학관에 관해 설명을 했다. 소설 무대에서 직접 작가의 설명을 듣는 이들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주최 문학기행에 참가한 독자들.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이날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한 일행 80여명은 정오쯤 벌교에 도착해 점심을 먹은 다음 벌교읍사무소 회의실에서 작가의 강연을 듣고 문학관을 둘러본 뒤 현 부자네 집을 시작으로 <태백산맥> 현장 답사에 나선 참이었다.

“작품을 쓰는 동안 작가는 감옥에 갇힌 죄수와도 같습니다. 그런 작가가 스스로 위안을 받고 더 나아가 쾌감까지 느끼게 될 때는 글이 뜻한 대로 풀려나갈 때죠. <태백산맥> 앞부분에서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정하섭이 다시 먼 길을 떠날 때 소화의 마음도 실타래가 풀리는 것처럼 정하섭을 따라 풀려 나간다고 묘사했을 때가 바로 그런 순간입니다.”

작가는 최근에도 반년 가까이 ‘글감옥’에 자신을 가둔 바 있다. 지난주에 출간한 세 권짜리 장편 <정글만리>를 쓰기 위해서였다. 이날 문학기행에 동행한 것은 그로서도 아주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이곳 벌교에 온 것도 일년 반 만이 일이라고 했다.

벌교읍사무소 강연에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문학기행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마침 이날 벌교를 찾은 전남 영암 삼호중학교와 경남 진해 남중학교 학생 등도 참여해 200여명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작가는 강연에서 “60년 전 바로 이곳 벌교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작가의 꿈을 키웠던 소년 조정래가 이렇게 작가가 되어 문학강연을 하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다”며 “<태백산맥>을 쓴 목적은 분단과 전쟁으로 아픔을 나눠 진 남과 북이 서로 미워하는 대신 이해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남과 북의 인구와 경제력이 합쳐지면 누구도 무시 못할 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싼 4대 강국은 각자의 이익을 고려해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지 않느니만큼 남북 정권과 민중이 지혜를 모아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러자면 시민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한 출발은 사회 여러 분야의 시민단체들을 후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관으로 자리를 옮긴 작가는 거기 전시된 <태백산맥> 육필원고 더미를 가리키며 “<태백산맥>을 쓰고서 용공이니 이적이니 하는 혐의 때문에 고초를 겪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아 작품의 역사적 진실을 인정받았다”며 “<태백산맥> 원고지 1만6500장은 대포로도 뚫지 못하는 진실의 두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학기행 참가 독자들은 문학관 안 문학사랑방에서 각자 지니고 간 작가의 책에 서명을 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문학관 건물 밖에서 작가와 함께 단체사진을 찍은 참가자들은 김옥자 보성군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본격적인 작품 현장 답사에 나섰다. 어릴 적 작가가 드나들던 친구 집을 모델로 삼은 ‘김범우 집’, 빨치산 대장 염상진이 해방구로 삼았던 율어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주릿재와 거기 세워진 ‘태백산맥 문학비’, 토벌대장 심재모가 벌교 읍내를 내려다보며 작전계획을 세웠던 부용산, 벌교 읍내의 홍교와 소화다리, 우익 청년 염상구가 담력을 겨루었던 경전선 철교, 중도방죽 등을 차로 돌아보며 발로 직접 걸어 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사람이 살지 않아 방치돼 있는 ‘김범우 집’을 군에서 사들여 문학기행지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기행에 임했다. 땡볕 속에서도 선명한 빛을 잃지 않는 배롱나무 붉은 꽃을 닮은 열정적인 문학기행 현장이었다.

벌교/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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