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구촌 화제
방글라데시 ‘클릭공장’ 번성
SNS 정보 신뢰성 갉아먹어
“방글라데시의 ‘좋아요’ 클릭 공장을 아시나요?”
방글라데시의 주력 생산품에는 에이치앤엠·자라 등 패션 브랜드를 위한 값싼 옷만 있는 게 아니다. 빈곤국 방글라데시에서 페이스북 가짜 계정으로 ‘좋아요’ 클릭 수를 늘려주는 이른바 ‘클릭 공장’이 번성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선진국 기업들의 마케팅·홍보 주문에 맞춰 방글라데시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페이스북 게시글에 호감을 표시하는 좋아요를 누르거나, 트위터 가짜 팔로어로 따라붙고,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를 늘리는 ‘클릭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방글라데시 다카의 한 클릭 공장이 페이스북 좋아요를 1000개 클릭하는데 단지 15달러의 비용을 원청기업에 요구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 공장은 3교대 시스템으로 가짜 계정을 통해 좋아요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데, 1명한테 지불하는 연간 인건비가 120달러에 불과하다.
최근 영국 방송 <채널4>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디스패치스’는 방글라데시 클릭 공장 실태를 보도했다. 샤레이트닷컴(Shareyt.com)은 서구 기업들과 클릭 공장을 연결해주는 방글라데시의 중개업체다. 이 업체 대표는 “다카에서만 약 2만5000명의 인력을 가짜 클릭에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눈속임 마케팅 행태는 결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퍼뜨리는 정보의 신뢰성을 갉아먹는다.
게다가 클릭 공장의 열악한 노동 여건은 인권 문제 등 또다른 논란을 부른다. 방글라데시 클릭 노동자들은 창문 하나 없는 폐쇄 공장에서 밤을 새워가며 1달러를 받고 페이스북 좋아요 1000개나 트위터 팔로어 1000명을 만들어내는 상황이다. 방글라데시 클릭 공장의 한 관리자는 “이를 비도덕적이라고 본다면 일을 의뢰한 사람들을 탓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