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전, 보시라이 전 서기가 법원에서 검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보시라이(薄熙来·63) 전 충칭시(重庆市) 당서기의 재판이 나흘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보시라이는 계속해서 부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뇌물 수수에 이어 직권남용 혐의도 부인했으며 심지어 부패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륜 사실마저 시인했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시(济南市) 중급인민법원은 25일 오전 열린 재판에서 보시라이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전날 법정에 출두한 왕리쥔(王立军)의 증언을 근거로 계속해서 심리를 진행했다.
왕리쥔은 24일 재판에서 보시라이가 지난해 초, 구카이라이(谷开来) 사건 은폐, 공안국장 해임과 관련해 "구카이라이 사건의 진상을 보고하고 이를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그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며 "보고 후 폭언과 폭행을 당했으며 위협을 느껴 망명을 시도했다”고 직권을 남용한 사실에 대해 증언했었다.
보시라이는 25일 오전 심리에서 "왕리쥔의 진술은 거짓”이라며 “그는 현재 직권남용과 망명을 시도한 혐의로 사회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또한 "내가 뺨을 때렸다거나 폭행을 했다는 증언에 대해서는 거짓”이라며 “나는 누구에게 폭력을 가할만큼의 힘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시라이는 앞서 24일 오후 열린 재판에서는 "왕리쥔이 미국 총영사관으로 도주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잘못과 과실이 있었고 이 때문에 당과 국가의 명예에 누를 끼쳐 매우 부끄럽다"고 일견 죄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보시라이는 24일 재판에서 자신의 공금 횡령 혐의를 벗기 위해 외도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구카이라이는 서면 진술서에서 "아들과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경제적으로 쪼들렸고 남편이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며 "공금을 횡령해 5백만위안(9억원)을 건네줬다"고 주장했다.
보시라이는 아내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아내가 당시 중학생이던 아들 보과과를 데리고 영국 유학을 떠난 것이 자신의 외도와 관련됐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어 "나는 그때 정부가 있었는데 구카이라이는 이를 알고 매우 화를 냈다"며 "아들을 데리고 홧김에 떠나버린 성격이 강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아들의 영국 유학은 구카이라이가 혼자 결정했고 나에게는 한마디 인사만 남기고 떠나버렸다"며 "구카이라이는 기가 센 여자로 절대 내 앞에서 우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또한 "구카이라이는 당시 5개의 법률사무소를 운영해 수입이 매우 좋았다"며 "구카이라이가 보과과의 성적이 매우 우수해 장학금을 받았다고까지 말하던 상황에서 내가 그들이 곤란을 겪으리라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법원은 25일 재판에서 구카이라이 사건 수사와 왕리쥔의 미국 총영사관 망명 사건 대처 등에 관여했던 여러 충칭시 관계자의 출석 증언 및 서면 진술 확인 등의 절차가 이어졌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