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제시한 녹취록의 입수 경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당국 주변에서는 내부 조직원의 제보, 감청에 따른 증거 확보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정원 “합법적 방법으로 입수”= 국정원은 이 의원 등의 혐의 입증을 위해 녹취록 5건을 입수해 법원에 압수수색과 체포 영장을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녹취록과 관련, “합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로 법원에서 증거 능력을 충분히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녹취록 입수 경위와 관련해서는 이 의원이 조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지하조직 내부자가 수사당국에 제보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수사당국이 이 의원의 발언 내용이 담긴 3시간짜리 녹음테이프를 직접 제보 받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지하조직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있는 검찰 인사는 “과거 조직원이 노선 다툼이나 내부 알력, 조직 생활에 대한 회의 등으로 조직을 탈퇴하면서 녹음된 파일을 제공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었다”고 말했다.
◆감청에 의한 증거 수집 가능성= 국정원이 내사를 3년 이상 진행한 것으로 밝히고 있는 만큼 이 의원 등에 대한 합법적인 감청으로 녹취록이 확보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의원 등이 받고 있는 내란음모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모두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 등 통신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돼 있다. 통비법 5조는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 범인 체포, 증거 수집이 어려울 경우 통신제한 조치를 허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수사당국이 합법적인 방법이라고 밝힌 만큼 지하조직의 집회 내용을 몰래 녹음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불법적인 도청에 의해 작성된 녹취록은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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