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사정당국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 및 상임·특별위원회 발언 내용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를 ‘수(首·수령)’로 부르는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회합 녹취록에 나오는 발언과의 깊은 연관성 때문이다. 이 의원이 비밀리에 RO 활동을 주도하면서 국회 내에서도 북한의 주장을 대변하고 반미(反美) 논리를 확산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는 것이다. 이는 이 의원의 국회 발언이 향후 재판 등에서 그의 내란음모 혐의 등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 의원의 국회 본회의, 상임위, 특위 발언을 분석해 보면 북한의 주장을 대변한 사례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게 지난 4월 25일 본회의 발언이다. 이 의원은 당시 “인정하기 싫은 진실이라도 마주해야 한다”며 “북핵 보유로 기존의 한반도 문제 해법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3차 핵실험을 계기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하는 북한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6자회담 등 북핵 폐기를 목표로 한 주변국들의 노력을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는 5월 12일 RO 비밀 회합에서 이 의원이 ‘3가지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들며 한반도 정세가 전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북이 핵보유 강국이 된 점 ▲북이 미국의 위협세력이 된 점 ▲3월 5일 (북의) 정전협정 무효화(선언)를 통해 휴전 형태의 기형적 구조가 끝난 점 등을 3가지 객관적 사실이라고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23일 국정감사에서는 “제주 해군기지 항만설계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연산호 군락과 문섬, 범섬 천연보호구역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대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국민들의 자존심과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반미 주장을 편 사례도 많다.
3월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을 때 이 의원은 김 전 후보자를 “검은 머리 미국인” “미중앙정보국(CIA) 관련자”라고 칭했었다. 5월 3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미국 투기자본이 마음만 먹으면 기간통신사업자로서 한국의 통신시장과 정책에 개입해 통신주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8일 국정감사 때에는 국민일보 파업 사태와 관련, “미국인 사장 ‘조 사무엘 민제 씨’가 국민일보의 조합원들을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언론사 파업 사태에 대해서도 ‘반미 프레임’을 들이댄 것이다.
오남석·신보영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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