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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에 폰 올려놓고 치마 속 찰칵 … 그녀는 몰랐다

[기타] | 발행시간: 2013.10.10일 10:29

'몰카 공화국' 부끄러운 자화상 <상> 안전지대는 없다 … 단속 현장 4곳 동행 르포

역대합실 > 단독주택 > 지하철 순 취약

서울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남성이 무릎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몰카 찍는 현장을 서울지하철경찰대가 포착했다(왼쪽). 지난달 24일 정유석 경사와 장지은 경장(오른쪽)이 용의자를 찾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지하철경찰대]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2132건의 몰래카메라(몰카) 범죄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12건꼴이다. 본지 취재진은 몰카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4곳을 현장 취재했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목격한 몰카범은 험악한 얼굴의 범죄자가 아니었다. 이웃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20~30대 남성이 몰카 범죄의 장본인이었다. 몰카 범죄는 어떤 곳에서, 누가 왜 저지르는 걸까. 2회에 걸쳐 '몰카 공화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낱낱이 공개한다.

지난달 27일 오전 7시30분. 출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이 서울 고속터미널역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이 역의 3호선·7호선 환승구역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였다. 20분쯤 지났을까. 끝없이 이어지는 출근 행렬 사이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40대 남성이 목격됐다. 이 남성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지나가는 여성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그의 앞을 지나갔다. 남성은 스마트폰을 오른손에 쥔 채 이 여성을 뒤따랐다.

 그는 여성이 에스컬레이터에 오르자 바로 아래 칸에 섰다. 자신의 오른쪽 무릎에 스마트폰을 올리고 여성의 치마 속으로 슬그머니 다리를 집어넣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동안 치마 속이 고스란히 촬영됐다. 여성은 아무런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다.

 남성이 무사히 '몰카' 촬영을 마치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경찰관 2명이 그를 붙잡았다. 그는 “아무것도 찍은 게 없다”며 경찰관을 뿌리쳤다. 하지만 그의 휴대전화에선 여성의 다리와 치마 속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발견됐다. 이 남성은 그제야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자신을 46세의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취재진에게 심경을 털어놨다.

 - 예전에도 몰카 동영상을 찍은 적이 있나요.

 “이번이 처음입니다. 주변에서 지하철역 같은 곳에서 몰카를 많이 찍는다고 하더라고요. 앞에 서 있는 아가씨를 보는데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만….”

 - 평소에 야동(포르노물) 즐겨 보세요.

 “야동이야 종종 봤죠.”


 - 지금 심경은 어떠세요.

 “고개를 못 들겠습니다. 많이 창피합니다.”

긴 에스컬레이터 있는 곳 가장 극성

 '몰카 공화국'의 하루는 낯뜨거웠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지하철경찰대의 몰카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취재한 곳은 최근 5년6개월간 몰카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난 '톱4' 지역이다. 서울역(서울 중구)·강남역(강남구)·고속터미널역(서초구)·대림역(영등포구) 등이다. 나흘간 동행 취재를 하면서 2곳에서 몰카 현행범이 붙잡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몰카 우범지대로 분류되는 지하철역 등에선 한 달 평균 3~4건의 현행범이 적발된다. 해당 지하철역 등을 취재한 결과 ▶에스컬레이터 길이가 30m 이상으로 길고 ▶유동인구가 7만~20만 명으로 많으며 ▶채광이 좋은 곳에 에스컬레이터가 위치하는 등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몰카범들은 충분한 촬영 시간을 확보하고 선명한 화질의 영상을 얻기 위해 길이가 길고 채광이 좋은 에스컬레이터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역대합실은 몰카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경찰청이 민주당 유대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몰카 범죄가 발생한 장소는 역대합실(336건)이었다. 그러나 ▶단독주택(318건) ▶아파트 및 연립(276건) 등 일반주택이 뒤를 이었다. 4위는 지하철 내(229건)였다. 특히 역대합실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는 2008년 21건에서 지난해 336건으로 16배 늘어났다.

미검거 범죄까지 합치면 피해 엄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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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엔 단독주택 밀집지역도 몰카 우범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집 사이의 간격이 좁아 촬영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엔 샤워실이나 화장실 창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아 몰카 범죄의 표적이 된다.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는 2008년 155건에서 지난해 318건으로 약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 6월까지 전국적으로 1만431건의 몰카 범죄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는 경찰에 실제 적발된 건수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는 몰카 범죄를 일일이 단속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주택가 등에서 벌어지는 몰카 범죄는 하루 수백 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몰카 안전지대'는 없다”는 진단이다.

 트럭 운전사 정모(35)씨는 지난 3월 지하철역·주택가·길거리·오락실 등 장소를 불문하고 몰카 촬영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정씨는 이동식 디스크(USB) 모양의 카메라를 구입해 몰카 촬영에 이용했다. 경찰 조사결과 그의 USB 카메라에는 무려 544명의 젊은 여성의 하체 부위가 촬영돼 있었다. 정씨는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는 물론 버스정류장과 벤치·주택가 등에서 여고생과 20대 여성 등의 신체를 몰래 찍었다. 서울 남부지법은 지난달 23일 정씨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상가 화장실 등 공용 시설도 몰카 위험 지대다. 인터넷 웹하드와 P2P 사이트 등에는 일반 여성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화장실 몰카 동영상이 수십 건씩 떠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은밀한 모습이 촬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월에는 국회 행정사무관 오모(31)씨가 소변을 보는 여성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대 출신인 오씨는 입법·행정고시·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해 '고시 3관왕'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씨는 술이 취한 상태로 여의도동 한 건물의 1층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 옆칸에서 소리가 나자 칸막이 틈으로 손을 뻗어 A양(19)이 소변을 보는 장면을 30여 초간 촬영했다. 하지만 이를 발견한 A양이 소리를 질렀고, 건물 경비원이 오씨를 붙잡았다. 오씨는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유대운 의원은 “몰카 범죄는 선제적 예방이나 대처가 무척 어렵다”며 “일반 국민이 몰카 범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몰카 성범죄 대비책자' 배포 등 경찰의 적극적인 홍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손국희·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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