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천안동남경찰서 곽태희 경정이 20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중국 등 해외에서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38억8백만원을 속여 빼앗은 혐의(사기)로 A(34)씨 등 28명을 구속하고, 1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수사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사기를 상징하는 일명 '김미영 팀장'이라는 가상인물을 처음으로 만드는 등 1천억원대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인 중국 최대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20일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A(34)씨 등 28명을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중국에서 최대 규모 금융사기조직을 운영해 온 총책으로 일명 다거(大哥, 큰형)라고 불렸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중국과 필리핀 등에서 전화금융사기단을 조직한 뒤, 지난 2011년 1월 14일부터 최근까지 피해자들에게 '신용불량자 대출가능' 등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584명으로부터 38억8천여만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폭력배인 A씨는 과거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나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모아 칭다오(青岛)의 가구공장과 오피스텔, 아파트 등에 콜센터 10여 곳을 차린 뒤 합숙생활을 했으며 점차 조직을 확대해 400여명의 조직원을 국내외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은 데이터베이스(DB) 관리, 대포통장 모집·관리, 인터넷·전화회선 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 중앙센터와 환전, 수익금 정산, 조직원 계좌관리 등을 담당하는 환전팀, 사장단, 팀장단, 피싱책, 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대출사기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김미영 팀장’이라는 가상인물을 만든 뒤 불특정 다수에게 ‘저금리 대출가능, 신용불량자 대출가능’ 등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자동응답전화(ARS)로 전화를 걸도록 유도해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대출희망금액 등 정보를 수집했다.
이어 이 자료를 데이타베이스로 만들어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콜센터에 자료를 넘긴 뒤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상담을 하는 척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신용등급이 낮아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며 보증보험료를 요구하거나 인지세·이자 공탁 등의 명목으로 계좌이체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경찰은 중국 현지에서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30∼40억원 상당 규모로 매주 한차례씩 정산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해 전체 피해규모가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추가로 확인된 49명에 대한 검거에 나서는 한편 이 같은 대출수법의 창시자로 알려진 B(41) 씨가 필리핀으로 도주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인터폴과 수사공조에 나섰다.
앞서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지난 12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금융사기 조직의 중국 총책인 '다거' 박모(35)씨와 국내 대포통장 공급책 정모(31)씨, 인출책 한모(38)씨 등 11명을 구속했다. 당시 금융사기 조직의 총책이 잡히기는 처음이었다.
이들은 연길 시내의 한 오피스텔을 빌려 본부(콜센터)로 운영하면서 해커에게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본부 유인책에게 건네 인터넷 전화로 국내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빼갔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