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연예 > 예능
  • 작게
  • 원본
  • 크게

귀담아 듣자 “마음만은 홀~쭉하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3.15일 11:15

[한겨레] ‘소수자들의 외침’ 담은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

‘뚱뚱한 남자’ 김준현, ‘타자화’의 딜레마 잘 표현해

 요즘 <개그콘서트>(한국방송)의 가장 인기 있는 꼭지는 ‘네 가지’이다. “우리는 세상 모든 여자들이 싫어하는 조건을 한 가지씩, 도합 네 가지를 가지고 있는 남자들이다. 우리의 이야기들은 전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알아두기 바란다.” 다소 비장한 음악과 함께 양복을 입은 네 명의 사내들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억울함을 토로한다. 1월15일 첫 방송 이후, “오해를 받으며 살아가는 남자들을 대변”하는 ‘네 가지’는 최고의 웃음과 공감을 끌어내는 꼭지로 급부상하였다. 비결이 뭘까?

 ‘네 가지’는 ‘소수자들의 외침’을 담은 꼭지이다. 뚱뚱한 남자, 키 작은 남자, 무섭게 생긴 남자, 촌티 나는 남자, 돈 안 쓰는 남자, 안 웃긴 남자, 인기 없는 남자 등등.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편견들을 한풀이 하듯 쏟아낸다. 뚱뚱한 남자는 “나라고 맛집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있는 줄 알아? 나도 그냥 전단지 보고 시켜먹어~”라 말하고, 촌티 나는 남자는 “나도 피시방 마우스 잡고 자랐어!” 라고 외친다.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상대를 오해하거나, 오해받으며 살지 않던가. 뚱뚱한 사람은 전부 식탐의 소유자로 보고 누가 누군지 구별조차 하지 않는다. 지방 사람들은 모두 ‘전원일기’와 같은 생활을 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살찐 사람은 전부 “돼지”이고, 서울이 아니면 다 “시골”일까. 이는 ‘날씬함’과 ‘서울’을 표준으로 삼고, 그밖의 존재들에게 해묵은 고정관념을 덧씌워 ‘타자화’하는 방식이다.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타자화’의 구체적인 실례들이 쏟아질 때마다, 웃음과 공감이 빵빵 터진다.  

 ‘네 가지’의 백미는 단연 김준현이다. 다른 출연자들이 설정을 바꾸거나, 하차하거나, 새로 투입되는 동안 김준현은 시종 ‘뚱뚱한 남자’였다. 임의적 설정이 아닌 숙명적 핸디캡이기에, 그의 사연은 더 사실적이다. 김준현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평범한 대사를 “고~뢔?”로 살려 유행어를 만들고, ‘생활의 발견’에서 초반 엑스트라 급 배역을 주요 조연으로 키운 저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콩트 연기력도 좋지만, 스탠딩 개그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다. 2006년 <폭소클럽2>의 ‘미스터(Mr) 귀족’에서 혼자 와인 잔을 들고 “치얼스~”를 외치며 데뷔한 이래, <개그콘서트>에서 “초특급 스릴러 대작, 아기돼지 앤 삼형제~”를 맛깔나게 살리고,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가 되어 숨넘어갈 듯한 웅변을 선보이지 않았던가. 김준현은 스탠딩 개그의 일종인 ‘네 가지’에서 관객과 시청자들의 시선을 움켜쥐는 강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네 가지’의 하이라이트인 김준현의 대사 중 가장 웃기는 대목은 “물론, 나도 잠깐 생각은 해봤어. 하지만…”이다. 오해를 벗고자 울분을 토하는 장에서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는 어떤 진실들. 사실 ‘타자화’를 겪는 수많은 소수자들은 “그것은 오해입니다”라 외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딜레마를 겪는다. 완전히 그렇게만 보는 것에 반대하지만,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그 어떤 지점에 진실이 숨어 있다. 그 내밀한 속엣말을 듣기 위해서라도, 일단 “마음만은 홀~쭉하다”는 주장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대중문화평론가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트로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이 최근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의 소속사 대표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니저에 김호중을 대신해 경찰에 출석하라고 지시한 이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동계아시안게임과 동행·생명 보호' 대회 자원봉사자 훈련 시작

'동계아시안게임과 동행·생명 보호' 대회 자원봉사자 훈련 시작

할빈 2025년 제9회 동계아시안게임은 북경 동계올림픽에 이어 중국이 개최하는 또 다른 중대한 국제 종합성 빙설대회로 할빈시적십자회는 동계아시안게임 보장에 참가하는 14개 대학의 6600명 자원봉사자에 대한 긴급 구조 훈련 임무를 수행했다. 5월 12일 첫번째 동계

특색농산물 '대외진출' 추진! 룡강 농산물 광동에 모습을 드러내

특색농산물 '대외진출' 추진! 룡강 농산물 광동에 모습을 드러내

5월 15일, 2024 빈곤퇴치지역 농부산물 생산판매련결행사가 광동성 혜주시 광동-향항-오문 경제권 록색농산물생산공급기지에서 개막되였다. 행사는 '832 플랫폼의 생산과 판매 련결 역할을 발휘하여 향촌의 전면적인 진흥을 추진하는데 조력하자'라는 주제로 중서부 22

총 가치 1800억원 초과! 룡강의 이런 '금자 간판' '톱3갑' 에 입선

총 가치 1800억원 초과! 룡강의 이런 '금자 간판' '톱3갑' 에 입선

흑룡강성 농업농촌청에 따르면 5월 11일에 발표된 '2024 중국 브랜드 가치 평가 정보'에 흑룡강성의 오상입쌀, 가목사입쌀, 동녕목이버섯, 경안입쌀, 방정입쌀, 통하입쌀, 연수입쌀, 93콩, 해륜콩, 태래입쌀, 수화 신선옥수수 등 11개 지리표시 브랜드가 입선되였고 목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