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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다시보기] '응답' 아픈 현실 잘 살린 '레전드급' 방송 망친 방송사고

[기타] | 발행시간: 2013.12.21일 07:31

[스포츠서울닷컴ㅣ이건희 기자] '아, 방송사고…'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답)' 18회가 IMF 시절을 살아간 이들의 현실을 그릴 때만 해도 완벽했다. '역대급', '레전드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슬픈 현실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그러나 늦어진 편집 때문에 늘어진 10분 때문에 정작 중요한 전체 이야기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20일 오후 방송된 '응답'은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라는 부제로 1997년 겨울부터 1999년 12월 31일까지 이야기를 다뤘다. 성동일은 시티폰에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다가 돈을 다 날렸다. 조윤진(도희 분)은 취직에 성공했지만, IMF가 터지면서 회사로부터 당분간 월급이 없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성나정(고아라 분)은 고려증권에 합격했지만, 채용이 취소됐다.

기울어가는 가세를 살리기 위해 나정은 다시 여러군데 면접을 보고 결국 공기업에 취직했다. 그러나 호주로 발령이 나 쓰레기(정우 분)와 결혼을 미뤘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며 두 사람은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이 무뎌지고 말았다.

첫 직장을 허무하게 떠나보낸 나정도, 안타깝지만 여자 친구의 결정을 어렵게 이해하고 떠나 보낸 쓰레기도 모두 슬픈 현실을 받아들였다. 나정과 윤진의 취업소식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나정의 가족들도 현실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이날 '응답'은 이 모든 것들을 정말 잘 그려냈다. 고려증권과 IMF가 터진 11월 21일 날짜 등을 알려주며 현실성을 높였고 일자리도 잃고 시티폰에 투자했다가 돈도 잃은 성동일은 웃기고도 슬픈 연기를 펼쳤다. 고아라와 도희 역시 당시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고민을 표현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전반부가 힘들었던 현실과 그 현실 때문에 "헤어지지 않았지만 헤어졌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던 나정과 쓰레기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후반부는 나정과 칠봉의 재회, 해태와 첫사랑 애정의 만남 등이 남아있었다. 전체 내용 상 중요했던 부분이었지만, 이는 10여 분간의 매끄럽지 못한 방송 때문에 흐름을 깨고 말았다.

tvN의 새 프로그램들의 예고가 연이어 방송됐고, '코미디 빅리그'의 한 코너가 어떤 말도 없이 방송됐다. 처음에는 "다음 회 예고 없이 끝났나 보다"라고 생각하던 차 바로 앞에 나왔던 '응답'의 내용이 다시 전파를 탔다. 그리고 다시 '꼬꼬댁 교실', '레츠 고 시간 탐험대', '로맨스가 필요해3' 예고가 나왔고, 18회 예고 장면은 무려 3번 반복됐다. 이후에 원래 '응답'이 재개됐고 "잠시 방송 상태가 고르지 못했습니다. 시청자들의 양해 바랍니다"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해태는 동창회에서 첫사랑 애정과 만났고, 1999년 12월 31일 하숙집에서 모이기로 한 약속은 나정과 칠봉만 지켰다. 나정은 한국에 들어왔고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가 된 칠봉도 귀국하자마자 하숙집을 찾았다. 두 사람은 함께 밀레니엄 새해를 맞았고 나정은 새해를 맞아 자신에게 키스했던 칠봉이 떠올라 입을 가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매끄럽게 진행됐다면 이 모든 얘기가 자연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 사고의 이유가 편집이 지연됐다고 밝혀지면서 급하게 진행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평소 같으면 재미를 더하는 요소였던 카메오 출연도 오히려 완성도를 해치는 방해로 느껴졌다. 시청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물론 이날 방송의 의미는 해태가 나정의 신랑 후보에서 탈락한 점과 쓰레기로 굳어져 가는 시점에 칠봉을 다시 등장시키며 신랑 찾기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 것이다. 더불어 IMF를 겪은 94학번 세대의 당시 현실을 실감 나게 그리며 그때를 떠올리게 한 점도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이렇게 현실을 잘 다뤘던 한 회가 지금의 현실에서 벌어진 방송사고 때문에 김이 샜다. 빡빡한 드라마 제작 현실이 '응답'에도 영향을 줄지 시청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canusee@media.sportsseoul.com

연예팀 ssent@med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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