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중국 남부 윈난성의 동굴에서 현존하지 않는 미지의 인류와 현생인류의 특징을 모두 가진 1만4천500~1만1천500년 전의 인류 화석이 발견됐다고 BBC 뉴스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14일 보도했다.
중국과 호주 과학자들은 윈난성 멍쯔(蒙自)시 부근의 `붉은 사슴 동굴'과 광시좡족자치주의 룽린(隆林)에서 각각 발견된 최소 5구의 인류 부분화석이 같은 개체군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며 고인류와 현생인류의 특징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붉은사슴동굴인'이라는 임시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이들의 신원을 정확히 밝혀내기 위해서는 심층적인 화석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이들을 분류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일반인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그 이유는 고인류의 진화를 다루는 과학 분야에서 현생인류의 생물학적 정의에 관해 아직 일반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89년부터 잇달아 발견돼 중국의 한 연구 기관에 보관돼 있던 이들 화석은 지난 2009년 국제 연구진의 눈에 띄면서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이 됐다.
붉은사슴동굴인은 두꺼운 뼈로 이루어진 둥근 두개골과 튀어나온 눈 위 뼈, 폭이 넓은 코를 갖고 있었으며 길이가 매우 짧고 납작한 얼굴은 뇌 밑으로 당겨져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하악골은 앞으로 튀어나와 있었으나 현생인류의 것과 같은 턱은 없었고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뇌가 차지했던 공간을 분석한 결과 뇌 전두엽은 현생인류와 비슷했지만 두정엽은 고대인의 특징을 많이 갖췄으며 어금니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붉은사슴동굴인의 기원을 두 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는 이들이 매우 초기에 아시아로 이동해 다른 집단과는 격리된 채 살다가 멸종한 원시적 용모의 현생인류일 가능성이고 두번째는 이들이 아시아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해 근래까지 현생인류와 공존했던 별개의 호모 종일 가능성이다.
한편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학자들은 이들이 고인류와 교잡해 생긴 현생인류일 가능성도 제기하면서 "이런 교잡종이 유전적 격리에 의해, 또는 기후와 같은 환경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원시적인 용모를 독자적으로 진화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 모든 가정들이 분명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인류와 가장 가까운 종인 네안데르탈인과 시베리아에서 새로 발견된 데니소바인에 대해 하고 있는 것같은 DNA 분석을 통해 교잡 여부를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 3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 등 고인류의 화석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는 종종 발견되지만 아시아에서는 이런 화석이 매우 희귀하다.
현생인류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 살고 있지만 동아시아 대륙에서 현생인류가 아닌 10만년 이내의 인류 화석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연구진은 "붉은사슴동굴인들은 석기시대말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시대에 살았다. 이 시기는 이미 현생인류의 용모를 가진 사람들이 토기를 만들고 야생 벼를 채집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는 수렵채집에서 농경시대로 넘어가던 중요한 전환기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붉은사슴동굴인들이 해부학적 구조가 현생인류의 범위에 잘 들어맞지 않는 전세계의 화석인류 가운데 가장 현재에 가까운 집단이라면서 이들의 존재는 현생인류의 진화 연구에서 `아시아편'을 새로 시작하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