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졸업뒤 함께 안경점 운영 계획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장애가 있는 아들의 홀로서기를 돕기위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진학해 공부했습니다. 내 인생에도 새로운 꿈이 생겨 정말 행복합니다"
틱(Tic)장애를 가진 아들이 진학할 대학에 한 해 먼저 입학해 학업을 마친 엄마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오는 20일 동강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장을 받는 박선화(55·여)씨.
박씨는 아들이 대학 졸업 뒤 어엿한 직업인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동강대학교 안경광학과를 선택했다.
지난 2011년 박씨가 먼저 대학에 입학하고, 다음해에는 아들을 같은 학과에 입학시켰다. 기술을 익히고 면허증을 취득하면 개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아들과 함께 한 학교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틱장애 치료약 부작용으로 새벽부터 15시간여를 내리 잠자는 아들을 깨워 학교에 다니느라 아침마다 전쟁을 치러야 했다.
억지로 등교시켜도 약에 취해 수업 중에 잠들기 일쑤였고, 고개와 어깨를 계속 움직이는 운동틱 증상이 나타나면 강의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런 아들의 뒤처진 학업을 챙기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저 아들이 학교에 재미를 느끼고 졸업만 했으면 하는 소망으로 엄마이자 선배이자 스승까지 1인 3역을 꿋꿋하게 해냈다.
아들을 위해서였지만 4년제 대학을 마친 뒤 20여년을 가족들 뒷바라지 하며 전업주부로만 살아왔던 박씨에게 늦깎이 학교생활은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팀원들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먹고 자며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MT 등 학과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해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재학기간 동안 안경사 면허증 취득은 물론 학과내 연구프로젝트 금상, 교내 학습경진대회 은상을 수상했고 병원코디네이터 자격증을 딸 만큼 열정적인 학생이었다.
동료 학생들은 항상 열정적이고 솔선수범하는 박씨를 인생의 선배이자 언니처럼 의지하며 따랐다.
19일 박현주 동강대 안경광학과 교수는 "늦은 나이에 입학했지만 매우 활달하고 공부 욕심이 많은 학생이었다"면서 "늘 베풀고 친화력도 뛰어나 딸 뻘 되는 동기들과도 격없이 친구처럼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3월 동신대 대학원에 진학한다. 아들이 올해부터 2년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박씨는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안경점을 개업해 아들과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박씨는 "아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 본격적으로 안경사 국가고시 준비를 시킬 것"이라며 "사회의 편견에 맞서 자신의 일을 갖고 당당한 직업인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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