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선자가 2008년 야생 호랑이를 마취총으로 생포한 사건이 조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AP통신은 러시아 환경운동가 드미트리 몰로트소프가 푸틴이 마취총으로 쏘아 사로잡았다가 공개했던 야생 호랑이가 동물원에서 사육된 호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16일 보도했다.
푸틴은 2008년 극동 연해주의 국립공원에서 동물보호 운동가들과 함께 야생 아무르 호랑이를 추적하다가 사진기자에게 달려든 호랑이를 마취총으로 쏘아 사로잡은 바 있다. 이 사건은 당시 동영상으로도 공개됐으며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 호랑이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푸틴의 웹사이트에는 자연으로 돌아간 호랑이의 사진이 공개됐다.
몰로트소프는 이 사진을 보고서 푸틴이 사로잡았다던 호랑이가 야생 호랑이가 아니라는 의심을 품게 됐다. 호랑이는 평생 줄무늬가 변하지 않는데 처음 공개된 동영상 속의 호랑이와 사진 속 호랑이의 줄무늬가 달랐기 때문이다.
몰로트소프는 “하바로프스크동물원의 한 호랑이 사진을 본 순간 이 호랑이가 푸틴과 함께 촬영한 호랑이라는 사실을 99% 확신하게 됐다”며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모스크바의 세베르초프 생태환경진화연구소의 나탈리아 레멘니코바는 의혹을 부인하며 “누군가 거짓 주장을 하거나 의심스러운 것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