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미국경제를 위협하는 더 큰 위험요인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49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미국 경제성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해외 정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27명이 중국의 경기침체라고 답했다. 오직 8명만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적했으며, 6명은 중동에서 지속되고 있는 정세불안을 꼽았다. 이 인터뷰는 지난 7∼11일 실시됐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그룹의 이코노미스트 줄리아 코로나도는 “중국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세계 경제에 최대 위협”이라며 이미 중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위협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3일 발표된 중국의 산업생산 및 소매판매 지수는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시켰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1~2월 산업생산이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9.5%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1~2월 소매판매 역시 전년동기 대비 11.8%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13.5%를 밑돌았다.
중국 경기침체에 비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증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신흥시장에 스필오버(spillover)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세계경제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앨런 사이나이 디시전이코노믹스 회장은 만일 러시아가 석유 및 천연가스를 끊는 방식으로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응할 경우 전방위적인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이나이 회장은 “우리는 지금 새로운 냉전과 금융 전쟁을 목격하고 있다”며 “유럽과 중국이 (러시아의 대응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경제도 러시아 수출 감소 및 금융시장 불안, 에너지 가격 인상 등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 내년에는 3%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은 지난 10일 백악관이 발표한 예상치보다 낮은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의회에 제출한 연례 대통령경제보고서에서 올해의 GDP성장률이 3.1%, 내년의 경우 3.4%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편 경제전문가들은 고용과 관련, 매달 19만60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2월 6.7%였던 실업률이 올해 말 6.2%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지수는 2015년 중반까지 2% 미만을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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