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치뼈 앞쪽에는 부교감신경이 거미집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으므로 골반이 틀어지면 부교감신경이 잔뜩 긴장한다. 그러면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몸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균형이 깨지고 만다. 그러면 각종 신체적, 정신적 긴장 상태를 유발한다.

5만 명이 넘는 사람을 시술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자세만 보아도 그 사람의 정신 상태를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평소에 허리가 구부정한 사람은 집중력이 없다. 그래서 판단력이 둔하고 결단력이 부족하며 기억력도 떨어져서 늘 멍하다.

골반이 뒤로 기울어지면 엉치엉덩관절과 허리엉치관절(허리뼈 5번과 엉치뼈를 잇는 관절)에 몸무게가 쿵 실린다. 허리뼈 5번은 상반신과 하반신의 균형을 잡는 중요한 뼈다. 이곳에 무게가 실려 안 움직이면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 심하면 자면서 뒤척이는 일조차 힘겨워진다. 돌발성 허리통증의 예비군이 되는 셈이다.

등이 구부정해서 턱이 앞으로 나온 사람은 늘 안절부절못하고 사소한 일로도 짜증이 치민다. 목덜미에서 머리로 향하는 척추동맥(추골동맥이라고도 함) 혈관이 짓눌려서 뇌로 가는 혈액의 흐름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골반이 뒤로 기울어지면 모든 행동과 사고에 나른함과 짜증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무의식중에 힘을 사용한다. 기운을 헛되이 쓰는 셈이다.

골반의 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쓴다면 어떻게 될까? 집중력이 높아져서 일이나 공부가 훨씬 즐거워진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더 냉철하고 적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늘 명랑하게 지낼 수 있으므로 인간관계도 원활해진다. 가족이나 부하직원, 상사도 그 변화에 놀라고 기뻐할 것이다.

없는 말을 지어서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많이 보았다.

등이나 허리가 구부정한데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가 늘 멍하거나 짜증을 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기울어진 골반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왜 괜한 짜증을 냈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구나 "아, 그랬구나"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덩치 크고 인상이 험상궂게 보이는 남자라 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보고 있는 내 마음까지 따스하게 치유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