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칼럼 > 칼럼
  • 작게
  • 원본
  • 크게

자판기 같은 한국사회, 사람 중심의 사회 되어야

[온바오] | 발행시간: 2014.04.25일 11:16

▲ [자료사진] 세월호 침몰사고의 실종자 가족이 무사귀환을 애타게 기원하고 있다.

해와 달과 별이 주인이 되는 세상

저는 요즘 열흘째 우한(武漢)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황강(黃岡)이라는 도시에 내려와 있습니다. 다만, 제가 내려온 이후로 여태 해를 구경하지 못한 듯합니다. 계속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옵니다. 알다시피 낮과 밤으로 구성된 우주의 질서는 뭐니 해도 해와 달과 별이 중심이 되는 기후가 좋을 겁니다. 해가 낮의 주인이 안 되고 연일 비가 오거나 흐리면 사람의 마음도 덩달아 우울해집니다.

황강이라는 도시는 아주 작은 곳입니다. 하지만 저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 바로 북송 시기의 유명한 시인인 소동파(苏东坡)가 머물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소동파는 아주 머리가 좋은 뛰어난 문재였다고 합니다. 과거 시험을 보았는데 시험관이 다른 시험지는 더 이상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장원을 주려고 하다가, 틀림없이 이 답안지는 자기 제자의 것이라 생각하고 2등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소동파도 권력의 치열한 아귀다툼 속에서 잠시 밀려나 시골구석인 황강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이렇듯 중국과 한국의 중세와 근대의 초기에는 최소한 이런 선비정신이 있었습니다. 자기 제자를 일부러 장원으로 뽑지 않으려는 긍정적 체면문화(?)와 권력이 싫으면 잠시 피할 수도 있는 '물러남'의 정신이 있었던 겁니다.

한국 사회를 말할 때, 저는 늘 “자판기 같은 사회”라고 말하곤 합니다. 결국 이 뜻은 모든 조직이 돈을 집어넣어야 돌아간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잘 살게 되었다는 사실은 세계인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6.25 참전 용사들이 한국에 방문하게 되면, 좀 심하게 표현해서 “뒤로 자빠진다”고 합니다. 폐허의 한국이 이렇게 변한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점점 물질이 중심이 되는 자판기 세상이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코 사람 중심의 세상이 아닙니다. 사람이 주인이 되지 않는 사회에서 결국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터지는 겁니다.

모든 것이 돈을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회의 조직이나, 행사, 놀이, 모임, 심지어 교육 활동도 최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데 있는 겁니다. 배를 건조해서 운항하다 수지가 안 나면 다시 증설하는 겁니다. 한 번 운항하는데 짐을 무조건 많이 실어야 돈을 많이 버는 겁니다. 다른 생각도, 다른 목적도 없습니다. 반드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사람의 사정이 안타까워서 정원을 한 명 정도 초과한 인간 중심의 사고가 아닙니다. 나중에 일이 잘못돼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런 생각은 사람 중심의 사고이기 때문입니다.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노숙자가 되는 겁니다.

베를 운항하는 선장도 항해사도 더 이상의 생각, 즉 배가 뒤집어져서 사람이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바로 퇴사를 당해서 백수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배가 침몰해도 먼저 도망을 치는 겁니다.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는 선장이 승객을 구해야 할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겁니다. 한국 사회의 모든 부문이 다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교회와 절도 이미 자판기 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종교 단체가 자판기가 된 마당에 무슨 다른 곳에 희망이 있겠는지요? 자판기에 돈이 떨어지면 그걸로 끝나는 겁니다. 한심한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슬픈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이런 모습을 이역 먼 땅에서 바라봅니다.

속된 말로, 중국에서도 한국의 세월호 참사 사건을 말하기가 아주 (쪽이 팔려서) 중국 사람들이 물어 봐도 말도 꺼내기가 싫습니다. 한 가닥 남았던 조국을 향한 자부심과 애정이 정말로 다 달아난 듯합니다. 역시 슬픈 일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도 역시 자판기를 좀 더 잘 만들자는 뜻일 겁니다. 좋은 자판기도 결국은 자판기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단단히 잘못된 겁니다. 한 나라의 국정 지표가 단지 돈을 잘 벌겠다는 곳으로 집중된다면 아마도 세월호 참사 같은 인재와 수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참사는 계속 될지도 모릅니다. 그럴 겁니다.

오늘도 4월의 봄비가 이방의 땅에 2주째 옵니다. 대낮의 주인 행세를 해 대신 비가 하는 겁니다. 연일 쏟아지는 비 중심의 세상은 악취와 비린내 그리고 우울함과 슬픔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사회도 돈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면 비슷할 겁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다시 한 번 세상에 태어나 채 피지도 못하고 사고를 당한 어린 학생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dw6784@hanmail.net)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4월 29일, 기자가 중국철도할빈국그룹유한회사(이하 '할빈철도'로 략칭)에서 입수한데 따르면 '5.1' 련휴 철도 운수기한은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도합 8일이다. 할빈철도는 이사이 연 301만명의 려객을 수송하고 일평균 37만 6000명의 려객을 수송해 동기대비 3.2%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브리트니 스피어스, 남친과 몸싸움 끝에 구급대 출동" 무슨 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남친과 몸싸움 끝에 구급대 출동" 무슨 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남친과 몸싸움 끝에 구급대 출동"[연합뉴스]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42)가 호텔에서 남자친구와 몸싸움을 벌이다 가벼운 상처를 입어 구급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미 CNN 방송과 연예매체 페이지식스 등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5살때 母 교통사고, 얼굴 몰라" 선예, 안타까운 가정사 고백

"5살때 母 교통사고, 얼굴 몰라" 선예, 안타까운 가정사 고백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자신의 가정사를 언급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시즌3' 에서는 2000년대를 강타한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출연했다. 이날 선예는 자신의 가정사를 언급하며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고 해

"자식들이 날 돈으로 봐" 전원주, 금 10억원치 있지만 '마음은 공허'

"자식들이 날 돈으로 봐" 전원주, 금 10억원치 있지만 '마음은 공허'

재테크 고수로 알려져 있는 배우 전원주가 "가족들이 나를 돈으로만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고민을 털어놔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억대 자산가 국민 배우 전원주가 방문해 근황을 전했다. 이날 전원주는 오은영 박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