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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뒤 남극 얼음의 공포

[기타] | 발행시간: 2014.05.23일 20:45

남극 서부 스웨이츠(Thwaites) 빙하의 끄트머리가 조각나면서 붕괴 초기 단계를 보이고 있다. 이 빙하가 완전히 무너지기만 해도 전세계 해수면이 수십㎝ 상승한다. 데이비드 션, 워싱턴대 제공

[한겨레] 다음주의 질문

장기 변동인 기후변화를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건 변덕스런 기상을 통해서뿐이다. 유난히 더운 올봄도 사람이 내뿜은 이산화탄소 탓이란 증거는 없지만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사실, 지난 4월은 인류가 지구 표면의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2010년에 이어 두번째로 기온이 높은 달이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잠정 집계 결과, 그달은 지구의 역대 평균기온을 내리 웃돈 350번째 달이다. 또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44% 늘어나 400ppm(ppm은 100만분의 1)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다. 세계에서도 아시아가 유독 더웠다.

기후변화가 빈곤, 식량, 에너지 등에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이면서도 화급하게 와닿지 않는 이유 가운데 “금세기 말이면” 어떻게 된다는 식의 예측이 한가하게 들리는 점도 있다. 남극이 돌이킬 수 없이 녹아내린다는 지난주의 연구 결과도 그렇다.

남극 서쪽의 빙상이 이전보다 곱절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미국과 유럽 연구자들이 항공레이더와 인공위성을 통해 40년 동안 관측한 결과가 <사이언스> 등 권위 있는 저널에 실렸다. 아문센 해역으로 녹아드는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1.2m나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빙하가 녹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나쁜 소식이라면, 그 시기가 이르면 200년, 늦으면 1000년 뒤라는 건 좋은 소식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몇백년 뒤 자유의 여신상이 물에 잠긴들 대수랴 하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제까지 기후학자들에게 남극 빙상이 녹는다는 건 논외였다.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 최근 급속히 녹아내리는 그린란드와 달리 남극 대륙은 고립돼 기후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최근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 위원회(IPCC)의 평가보고서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해수면 상승폭을 30~60㎝로 예측했다.

이번 연구는 그런 예측이 너무 조심스러웠음을 보여준다. 녹는 빙하가 주변에 연쇄반응을 일으키면 해수면 상승폭은 3~4m에 이른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남극 빙상 전체가 녹는다면 해수면은 58m나 치솟는다. 마지막으로 남극의 얼음이 말끔히 녹았던 때는 1억년 전 공룡시대였다.

문제는 남극이 녹아내리기 훨씬 전에 지구의 환경은 결딴난다는 것이다. 지구의 얼음 가운데 약 90%가 남극, 10%는 그린란드, 그리고 1% 미만이 히말라야 등 산악지대에 있다. 그런데 전체 얼음의 100분의 1인 산악지대 빙하에서 해마다 녹아내리는 물의 양은 소양댐 100개를 채울 분량인 2600억t으로, 남극과 그린란드 빙상에서 녹는 3100억t에 맞먹는다.

산악의 빙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당장 마실 물과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인도·파키스탄·중국 등에 물을 공급하는 티베트 고원을 비롯해 알프스, 안데스, 로키산맥의 빙하에 의존하는 사람은 20억명에 이른다. 해수면 상승으로 폭풍과 홍수 피해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결코 미래 일이 아니다.

온실가스의 세계 최대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대응도 달라졌다. 유럽에 이어 미국도 기후변화를 안보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기후변화가 가장 무서운 대량살상무기”라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어니스트 모니즈 미 에너지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기후변화 대응에 세계는 유연하지만 야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에 걸림돌이었다. 아직도 산업계 눈치를 보느라 온실가스 감축에 미지근한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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