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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자궁'을 유린하는 검은손

[기타] | 발행시간: 2014.05.24일 02:46

ⓒAP Photo 5월13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모인 시민들이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학생들을 속히 구출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전 세계를 뜨겁게 만든 나이지리아 여학생 200여 명 납치 사건은 여전히 국제 뉴스의 중심에 있다. 이들을 납치한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은 국제사회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러나 보코하람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학생들을 노예시장에 팔아버리겠다"라며 여전히 협박 중이다.

노예시장에 소녀들을 사고파는 것이 실제 가능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보코하람의 허풍인지를 놓고 국제사회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에서 납치ㆍ인신매매ㆍ노예시장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

2013년 10월15일, 나이지리아 남부 포트하커트. 앳된 얼굴의 10대 소녀가 신생아를 안고 거리를 서성였다. 이를 이상하게 본 한 경찰이 소녀를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소녀는 자신이 포트하커트의 '아기 공장(baby factory)'에 10개월 동안 감금되었으며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소녀는 아기와 함께 그곳에서 탈출한 상태였다.

경찰은 소녀의 증언을 바탕으로 시설을 급습해 또 다른 임신부 6명을 구출했다. 가장 나이 어린 임신부는 14세였다. 구출된 소녀들은 자신이 낳은 아기가 '아기 장사꾼'에게 팔려간다고 폭로했다. 우리에게는 단어조차 생소한 '아기 공장'과 '아기 장사'가 존재하는 나라가 21세기 나이지리아다.

아기 공장의 시작은 인신매매다. 주로 자궁이 건강한 10대 소녀들이 그 대상이다. 유엔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인신매매와 신생아 매매는 사기와 약물 거래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범죄다. 납치단이 조를 이뤄 한적한 마을이나 도시 근처에서 소녀들을 납치해오면 아기 공장 주인은 일정 금액을 주고 그들을 산다.

아기 공장 주인이 직접 가난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무지하고 가난한 부모를 현혹하기도 한다. '아기 1명에 미화 200달러(약 20만5000원) 정도를 주겠다'는 말에 솔깃해 딸을 파는 부모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난한 집 부모이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지만 인구 1억6000만명 중에서 대부분이 하루 2달러(약 2050원)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빈곤 국가다.

ⓒImo Police 화면 캡처 2013년 5월 이모 주에서 적발된 '아기 공장'의 소녀들은 모두 임신 중이었다. 나이지리아 경찰은 최근까지 북동부 지역에서 아기 공장 여러 곳을 적발했다. 2013년 5월, 나이지리아 동남부 이모 주의 한 주택에서 10대 중반 소녀 17명이 감금된 아기 공장이 적발되었는데, 소녀들은 모두 임신 중이었다. 11명이나 되는 갓난아기도 함께 발견됐다. 2011년에도 나이지리아 동남부 아비아 주의 경찰이 제보를 받고 아기 공장을 급습해 임신한 소녀 32명을 구출했다. 이곳에서도 신생아가 여럿 발견됐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아기들의 아버지가 거의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저 아기를 '생산'하기 위해 소녀들을 강간하고 기계적으로 임신시키는 것이다. 아기 공장에서 '생산'된 아기들은 이름도 없다. 번호로 불리거나 산모의 이름으로 구분된다.

ⓒImo Police 화면 캡처 2013년 5월 이모 주에서 적발된 ‘아기 공장’의 소녀들은 모두 임신 중이었다.

아기의 운명은 엄마의 운명만큼이나 가혹하다. 아기 장사들은 아기를 노예로 판다. 현재 가나를 비롯한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동 인신매매와 현대판 미성년 노예 거래처로 악명이 높다. 약 20만명에 이르는 어린이 노예들이 서부와 중부 아프리카에서 보수를 받지 못한 채 강제노동에 혹사당한다. 이들에게는 최소한의 옷과 식량만 제공될 뿐 교육과 의료 혜택은 꿈도 꿀 수 없다.

"소녀들만 납치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나의 볼타 호수에서는 겨우 네다섯 살 되는 남자아이들이 허리에 밧줄을 묶은 채 수영하는 법을 배우고 새벽 4시에 일어나 고기잡이배를 탄다. 이들에게 '부모님은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배 주인을 가리킨다. 배 주인은 이들에게 1년에 겨우 20달러(약 2만500원) 정도를 주고 하루 15시간씩 고된 뱃일을 시킨다. 현지 주민은 "아이들 중 상당수가 나이지리아 아기 공장 출신들이거나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되어 왔다"라고 말했다.

노예 신세를 면한 아기들은 불법 입양 브로커를 통해 유럽이나 미국에 입양되기도 한다. 장기 적출 후 살해되거나 흑마술 의식의 제물로 끔찍하게 희생되는 아기들도 있다.

이러한 아기 장사의 '밑천'이 바로 10대 소녀들이다 보니 나이지리아에서 10대 소녀 납치가 성행하는 것이다. 보코하람이 납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신매매 범죄 전문가인 벤저민 로렌스 미국 로체스터 대학 교수는 지난 5월7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아프리카에서는 미성년자들을 사고파는 암시장을 몇 시간 만에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10년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가 발표한 아프리카의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3개 도시를 직접 방문해 조사하던 중 조직적인 인신매매단에 의해 납치돼온 성노예 여성 30여 명을 발견했다. 상당수가 나이지리아 국적의 15~17세 소녀였다. 이들은 집 근처에서 납치돼 코트디부아르까지 끌려왔거나, 미용사나 재단사로 취직을 시켜주겠다는 말을 믿고 이웃을 따라갔다가 인신매매 조직에 팔렸다. 이들은 조사단에 "납치범들은 우리가 도망가면 가족을 해코지하겠다고 계속 협박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보코하람이 납치한 여학생 200여 명도 코트디부아르에서 발견된 소녀들처럼 전문 인신매매 조직에 넘겨지거나 직접 시장에 내다팔릴 가능성이 있다. 나이지리아의 한 일간지 기자는 "보코하람이 소녀들만 납치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소녀들이 노예시장에서 더 잘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납치된 여학생 200여 명뿐 아니라, 이들의 몇 배에 달하는 소녀들이 현대판 노예로 국경을 넘어 차드나 카메룬, 코트디부아르로 팔려간다"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국립 인신매매방지국 냅팁(NAPTIP)은 "검은돈을 노린 나이지리아 범죄 조직 사이에서 아기 밀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아기 밀매나 불법 입양, 인신매매 등 세계적 암시장을 통해 나이지리아가 연간 벌어들이는 이익이 약 320억 달러(약 35조6000억원)에 달한다. 2012년 기준 나이지리아의 1인당 GDP가 1657달러인 걸 감안하면 아기 밀매가 이윤이 많이 남는 장사인 셈이다"라고 밝혔다. 가난한 나이지리아에서 돈 되는 장사가 많지 않다 보니 '아기 공장'은 지금까지 수차례 적발되고도 사실상 근절되지 않는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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