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AP/뉴시스】태국 군인이 30일 방콕 시내를 지키고 있고 그 옆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고 있다. 태국 당국이 전날 반 쿠데타 시위 전면 불허를 선언하면서 군·경찰 1000여명이 방콕 교차로를 봉쇄하고 예정된 시위를 막았다. 2014.05.30
【방콕=AP/뉴시스】이수지 기자 = 태국 당국이 29일(현지시간) 반 쿠데타 시위 전면 불허를 선언하면서 군·경찰 1000여명이 방콕 교차로를 봉쇄하고 예정된 시위를 막았다.
군은 이날 저녁 퇴근시간에 방콕 통근버스 허브 지역에서 전승기념탑으로 이어지는 모든 진입로를 차단했고 경찰도 죄수 호송 트럭 10여 대를 원형 교차로를 따라 주차해 정치 집회 금지를 무시하며 거의 매일 거리에 나왔던 시위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벨기에 남성이 ‘PEACE PLEASE(평화를 원한다)’라고 쓴 티셔츠를 들고 있다가 군인들에게 체포됐고 태국 여성 2명이 쿠데타 반대라고 쓴 배너를 들고 있다가 경찰 트럭에 실려 갔다.
반 쿠데타 시위가 보통 소규모로 주동자 없이 벌어졌으나 시위대들이 이날 방콕에 모여 오는 6월1일 대규모 집회를 촉구할 예정이었다.
솜요트 품판풍 경찰부청장은 이날 소규모 시위도 불허할 것이라며 군인과 경찰 약 1350명이 이번 작전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대가 전술을 바꾸면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고 경고했다.
앞서 방콕 시내 다른 곳에서 대학생 약 100명이 타마삿 대학 교정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으며 평화적으로 끝났다.
전날 전승기념탑에 모인 반 쿠데타 시위대가 군인들보다 많이 모여 이날 대규모 병력이 이곳에 배치됐다.
태국에서 1주일 전 쿠데타가 발생한 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군부는 이날 오전 외신 기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총선 시기나 민주화 회복을 위한 로드맵은 언급하지 않았다.
찻차렘 차렘수크 참모부장은 "확실히 총선을 치를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얼마나 걸릴지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군부는 지난주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없애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군부는 축출된 정부 관계자들과 주요 정치인, 언론인, 학계 인사, 정권 핵심으로 보이는 시민운동가 등 250명 넘게 소환했으며 이 중 약 70명을 아직도 구속하고 있다.
친정부 진영 일부 정치인들은 1주일 간 연락이 두절됐다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는 권리 포기서에 서명한 뒤 풀려났다.
태국 군부의 이 같은 조치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차렘수크 참모부장은 총선을 즉시 시행할 수 없는 이유로 반 쿠데타 시위를 들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일부가 혼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현재 총선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태국의 오랜 동맹국인 미국은 총선을 미루는 이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젠 샤키 국무부 대변인은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태국 군부에 포괄적이고 투명한 총선을 치를 것을 촉구하며 신속한 총선 시행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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