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엔케이 ㅣ 구준회 기자] 북한과 일본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 및 납치 가능성이 있는 행방불명자 대해 전면 재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일본은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라 단행한 독자적 대북제재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북한과 일본은 29일 이 같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26~28일) 국장급 회담 합의 내용을 동시에 발표했다.
북한과 일본은 또한 북일 국교 정상화와 일본의 대북인도적 지원까기 포함돼 있어 이번 합의가 한·미·일 북핵공조 균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납치문제의 전면 해결은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라며 "모든 납치피해자의 가족이 자신의 손으로 자녀를 얼싸안는 날이 올 때까지 우리의 사명은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시각 "일본 측은 적절한 시기에 공화국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실시를 검토하기로 했다"며 "일본 측은 공화국 측과 함께 조일평양선언에 따라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현안 문제를 해결하며 국교정상화를 실현할 의사를 다시금 밝히고 조일 두 나라 사이의 신뢰 조성과 관계개선을 위한 문제해결에 성실히 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행방불명자, 태평양 전쟁 후 잔류 일본인 등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위원회의 본격적인 활동은 3주 후부터 시작된다.
특별조사위는 납치 피해자 조사 및 확인 결과를 일본 측에 통보하고 일본인 유골 처리와 생존자가 발견되면 귀국시키도록 하며 조사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관계자의 면담도 허용한다.
일본은 특별조사위가 조사를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북일 간 인적 왕래 규제 ▲송금·휴대금액 제한 규제 ▲인도주의적 목적의 북한 국적 선박의 일본입항금지조치 등을 해제하기로 했다. 북한의 재조사 성과가 나온 뒤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해제한다는 것이어서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 니가타 항과 북한 원산을 오가던 북한 여객선 '만경봉 92호'가 일본 입항 재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으며 이번 협의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중앙본부 건물 매각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한 대북전문가는 데일리NK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공조체계를 강화해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었다"면서 "일본이 한미일 북핵공조의 균열을 보여주면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제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번 북일 합의와 관련 우리 정부는 "인도적 견지에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해서는 한미일 3국 모두 국제적 공조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갖고 있는 바, 이러한 맥락에서 일북협의 동향을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공식 발표 직전 외교 경로를 통해 발표 내용을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은 오늘(30일) 우리 측에 추가 설명이 있을 예정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