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하나의 세계이다. 부엌을 통해 식구가 만들어진다. 식구는 가족의 다른 말이 아니다. 먹을 식자에 입 구자. 함께 먹는다는건 예나 지금이나 행복한 일이다. 부엌은 건강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먹을거리들이 머무르고 만들어지는 그곳은 우리의 몸밖의 위이다.
어떤 먹을거리 재료들이 그곳에 머무르는가에 따라 식구들의 건강이 만들어진다. 싱싱한 나물들과 야채들이 설레이는 부엌은 상쾌하다. 그 싱싱함이 곧 우리 몸의 싱그러움이 된다. 그 재료들을 마주한 부엌의 주인의 심성 또한 야채와도 같이 푸르게 살아있어야겠다. 아무런 농약도 치지 않은 야채와도 같이 한점의 꾸밈도 없이, 소박하지만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만들어야 할 음식재료들을 대할수가 있어야겠다.
나는 세상 모든것들, 그것들이 꼭같이 마주한 그 사람의 심성을 읽어내는 재주가 있다는걸 믿어의심치 않는다. 아무리 똑같은 음식재료라도 기쁜 마음과 화난 마음으로 마주했을 때 만들어낸 맛은 완연 다르다. 부엌은 우리의 위를 채울 음식을 만드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먼저 사랑을 만들어내는 곳이여야 한다. 어느 엄마가 사랑하는 아이에게 화를 먹이고싶겠는가? 부엌은 우리의 심성이 다듬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굶주림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먹는 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요즘 들어 부엌은 꽤 복잡해지고있다. 조리를 위해서 준비된 가스레인지만으로도 모자라서 전기밥솥이며 전기포트, 전기오븐에 전자레인지까지 빵을 전문 만드는 제빵기며 닭알을 삶아내는 기계며 이루다 셀수가 없을 정도다. 그 무수한 기계들속에서 돌아치다보면 간편해지기 위해 장만한 그것들이 더 이상 간편하지가 않을 때가 있다. 그것들은 매일마다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어떤 기계는 일주일에 고작 한두번 사용할뿐이였다.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있는 그것들, 하나라도 더 씻어야 하고 먼지를 닦아야 할 물건이 늘어나는것뿐이라는걸 깨닫는 순간, 결코 그것들을 사용함으로써 에너지나 시간이 절약되는건 아니라는걸 깨닫는 순간, 나는 더이상 그것들을 주인마냥 조리대우에 모셔둘수가 없었다. 그 모든 기계들을 처치해버리고나서 텅빈 조리대의 넓은 공간을 마주했을 때 그 시원함이란… 그 공간에는 싱싱한 야채와 과일들이 차지했다. 물컵에 무심히 꽂아놓은 옹채(空心菜)에서 푸르게 잎들이 넘실대고 자라났을 때, 그리고 투명한 유리컵에 꽂아놓고 잊어버린, 아이들이 장난치며 꺾어놓은 말리꽃 한가지가 어느새 숨막힐듯 향기로운 꽃망울을 터뜨렸을 때 참으로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부엌은 녀인들의 화원이 되여야 한다. 부엌을 통해서 녀인들은 자신의 가정을 가꾼다. 어쩔수없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들어가서 상쾌할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여야 하겠다.
/박초란(북경)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