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녕) 신금화

　　나물보라가 파편되여 꽃힌다

　　꽃힌자리에 무수한 나무들이 자란다

　　나무에는 별들이 다닥다닥 열리고

　　잠간새에 류성이되여 사라진다

　　모여든 방게 조개들이 찬란한

　　목걸이를 걸고 자기 궁전으로 돌아간다

　　쪼각달이 드리운 낚시에 걸려 바둥대는

　　달빛에 야금야금 뜯기우다

　　바람은 비파로 변해버린 뼈로

　　경쾌한 교향곡을 연주한다

　　텅빈 우체통에는 지구가 쉼없이 돌고

　　60억개도 더되는 까만

　　심장들이 방울방울 꽃으로 핀다





　　지팡이



　　잎도 뿌리도 없다

　　알몸으로 쏟아지는 갈색 꽃이다

　　지천으로 내려앉는 별무리

　　하얀 넋으로 살아가는 혼백이다

　　미끼도 없는 낚시에 기억의 파편들 걸려들다

　　깜빡이는 초불아래 쌓였다 무너지는 돌탑

　　여기저기 널려져있는 헝클어진 발자국소리

　　잎도 뿌리도 없는 지팡이에 연두색 움이 트다





　　무제



　　퍽 하고 캔맥주병이 삐딱하게 하품할때면

　　처참한 향기가 내 창자를 자극한다

　　줄기줄기 끝없이 뻗은 혈관들이

　　뿌리로 내려 지구를 감고 또 감는다

　　형체없는 턴널속을 달리는 외로움들

　　내귀, 입, 눈, 코를 제멋대로 뜯어가다

　　흩어진 육체들의 자지러진 웃음소리

　　허공을 가르다

　　돌에 걸채인 허수아비 바람을 업고

　　벼랑가에 걸려 깃발처럼 나붓기다

　　폴짝폴짝 가시밭길 뛰여넘으며

　　고향찿는 메뚜기우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