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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고장난 엘리베이트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6.20일 15:12
  (광주 현춘산)



  내가 사는 '영춘각'아파트는 18층건물입니다. 그래서 일단 엘리베이트가 고장났다고 하면 란리통이 벌어집니다. 그럼에도 두개의 엘리베이트중 하나가 자주 서버려 애를 먹습니다.

  이번에는 그렇게 서버린 엘리베이트 하나가 일주일이나 가동되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갔습니다.

  "관리처에서는 뭣들 하고 밥을 먹는거여?"

  "관리비는 꼬박꼬박 잘도 챙겨 가더만..."

  "거 턱없는 가시내가 밉게도 논다니까."

  '턱없는 가시내'란 물업관리처에서 무슨 직무를 맡았는지는 몰라도 일마다 앞장에 서는 턱이 잛게 생긴 쑈리라는 젊은 녀자입니다.

  그 녀자는 관리비를 제때에 내지 않는 사람을 전문 다스리는듯 해서 사람들의 미움을 받습니다.

  "그나저나 엘리베이트가 그냥 이러면 큰일인데요. 전 오늘 아침 하마트면 지각할번 했어요."

  17층에 산다는 스튜어디스가 하는 말입니다.

  키가 1.68미터인 나보다 크고 미끈하고 말쑥하게 생긴 그 처녀는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입니다.

  "쯧쯧... 스튜어디스가 지각하면 어쩐단 말이."

  "저두 이틀전에 5분이나 학교에 늦었습니다."

  18층에 사는 대학 강사가 하는 말입니다.

  "저런!"

  주민들은 한바탕 떠들썩하다가 드디여 대표를 물업관리처에 보내여 항의를 제출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김작가님 이 좋겠습니다. 년세도 있고 명망도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어리숙해보이기는 해도 대중의 리익을 위해 잘 나서주는 나를 한사코 추천합니다.

  "그래요, 김작가님이 아니고서는 안돼요."

  나는 사양하다가 사람들에게 떠밀리여 관리처 사무실에 들어섰습니다.

  사무실에는 그 '턱없는 가시내'쑈리와 배불뚝이 고주임외에 얼굴이 예쁘장하고 몸매가 호리호리한 처녀인지 새각시인지 지금 표준으로는 알수 없는 젊은 녀자가 더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나는 고주임을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순간 고주임의 두둑한 볼이 움씰합니다.

  "앉으세요, 김작가님!"

  쏘리가 재빠르게 회전의자를 내앞에 밀어다 놓으며 내 말을 잘랐습니다.

  "김작가님, 물 드세요."

  나는 쑈리가 넘겨주는 물컵이 너무 뜨거워 그것을 조심하다보니 할말을 잊었습니다.

  "제가 소개해드리죠, 이 분은 우리 구역에 사시는 김작가님인데 장편소설가이세요. 그리고 이 분은 우리 물업총부의 부총경리님이세요."

  쑈리가 낯선 녀자와 나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김작가님."

  예쁘장한 부총경리가 섬섬옥수를 내밉니다. 얼결에 잡아보니 보드랍고 따스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쑈리가 계속 입술을 놀립니다.

  "김작가님은 우리 관리처의 고충을 잘 알아주시는 분이세요. 밤낮 수고를 하고도 욕만 먹는 우리 관리처의 고충말이예요. 다들 김작가님 같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리고 부총경리님은요, 대학을 나온지 이태만에 요직에 오르셨어요. 대단하죠?"

  부총경리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엘리베이터가..."

  그러는 순간에도 나는 대중의 위탁을 생각해냈습니다.

  "김작가님, 물을 드세요, 물 드시면서 천천히 말씀하세요."

  쑈리가 비지도 않은 내 앞의 컵에 또 뜨거운 물을 철철 넘치게 따랐습니다. 그것을 조심하느라고 나는 또 말문이 막혔습니다.

  "김작가님, 방금 엘리베이터가 어쨌다구요?"

  쑈리가 나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묻습니다. 그 눈길에서 나는 간절한 기대와 무한한 신임과 무언의 압박을 느낍니다. 그의 등뒤에서 고주임이 댕댕한 얼굴로 나를 쏘아봅니다. 부총경리녀자도 내 얼굴에 눈길을 줍니다.

  순간 나는 어쩔바를 몰라 헤맵니다. 내게 깎듯이 대하는 쑈리의 립장을 돌보지 않을수 없고 얼굴이 예쁘고 손이 보드라운 부총경리녀자의 기분도 흐리우기 싫었으며 돼지같은 고주임의 비위를 긁기도 두려웠습니다.

  "방금 우리 엘리베이터 하나가 문득 서버렸소."

  순간 나는 이렇게 누이좋고 매부좋은 절충적인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일주일전에 멎어버린 엘리베이터를 금방 섰다고 거짓말을 하는 나의 얼굴은 화끈 달아오릅니다.

  "그래요? 김작가님, 제때에 알려줘서 정말 고마와요. 금방 수리공을 부를게요.'

  쑈리가 수선을 떱니다.

  고주임의 댕댕한 얼굴이 대뜸 풀립니다.

  부총경리녀자도 내 얼굴에서 눈길을 거두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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