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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눈/현춘산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3.23일 14:16

조선조의 태조 이성계는 철혈사나이였다.우리 말 속담에 '함흥차사'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성계와 관련된 말이다.아들에게 왕위가 넘어가니 괘씸한 나머지 함흥에 은거하고 국사에 참견하지 않았을뿐더러 모셔오라고 보낸 사자들을 죽여버렸다.그래서 가기만 하고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을 '함흥차사'에 비유했다.이렇게 모진 성격의 이태조도 집정당시엔 무학이라는 대사와 절친해서 무랍이 없이 지냈는데 한번은 뭇 신하들이 다 모인 술자리에서 '오늘은 군신의 예의를 집어던지고 통쾌히 놀아 봅시다.내가 먼저 농담을 한마디 하겠소.'하더니,무학대사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여보 대사,내 보기에 대사는 꼭 돼지같이 생겼소그려.'하고 말했다.신하들이 시름을 놓고 박장대소하는데 무학대사만은 소리 없이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여보 대사가 보기에 나는 무엇같소?'태조가 참다못해 물었다.

  '제 보기에 폐하께서는 부처님 같이 생겼습니다.'

  '아니,대사는 밸도 없으시오?내가 대사를 그렇게 모독했건만 대사는 나를 부처님같다고 하니 웬일이요?'

  '무학대사가 자세를 고치고 정중히 아뢴다.'폐하,무릇 세상만물은 돼지의 눈으로 보면 돼지같이 보이고 부처님의 눈으로 보면 부처님같게 보이는 법이랍니다.'

  신하들이 바짝 긴장해하는데 이태조는 무릎을 탁 치며 '대사,참 잘 말했소!'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부처님의 눈을 가진 사람이 흔치 않다.인간관계가 냉담해지고 인심이 메말라가는 것은 시장화의 필연적 결과라 하지만 타인을 대하는 시각이 문제가 되어 있다.중국 속담에 '소인의 도량으로 군자의 마음을 잰다'는 말이 있다.이를테면 탐관의 눈에는 탐관만 보이고 도적의 눈에는 도적만 보인다.어떤 사람들은 한평생 타인을 아니꼽게 보는데 말하자면 선량한 마음이 없고 넓은 흉금이 없으며 관용의 덕이 없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부처님의 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다.

  베이징에 있을 때 필자는 임시거주증을 내러 파출소에 찾아갔었다.그날따라 사람이 많아 기다랗게 줄을 섰는데 내 앞에 선 아가씨가 발을 동동 굴렀다.조급해서 그러는 모양이었다.그러나 그가 쥐고 있는 흑백사진을 보고 필자는 선의로 귀띔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부터는 거주증에 컬러사진을 붙여야 한다오.'

  '누가 그래요?얼마전에 난 이 사진으로 호주에도 다녀왔는데요?'하고 뇌까린 그 아가씨가 그쯤에서 그치면 모르겠는데 앵돌아져서 입속으로 중얼거리는 말이 더욱 사람을 놀라게 했다.' 흥,제가 한발 앞서자고 그러는 거지!'

  정말 무학대사의 말마따나 세상만물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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