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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달린 돈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2.01.13일 15:25
  지난 주의 어느 날이다. 그 날도 체육시간을 보고 교실에 들어온 애들이 7절 과학시간을 보러 실험청사로 가느라 벅적거리고 있었다.

  “선생님, 책가방에 넣어둔 돈 10원이 없어졌습니다.”

  체육시간을 보고 교실에 들어와보니 돈이 잃어졌다고 수원이가 내 앞에 달려와 울상이 되여 있었다. 교실이 비여있을 때 누가 들어왔다 갔는지 알 수도 없고 게다가 점심시간이 지난지도 이슥한데 어떻게 찾아낼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렇다고 학교의 CCTV를 확인하며 한바탕 소동을 벌일 수도 없는 일이였다.

  학급에서 돈이 잃어지면 너무 혼란스럽고 교원은 곤혹스럽다. 애들 서로가 눈치를 보게 되고 같은 액수의 돈을 지닌 애들은 괜히 “선생님, 이건 아침에 간식을 사먹으라고 우리 아빠가 준 것입니다.” “이 돈은 저녁에 집에 돌아갈 때 택시비입니다.” 하며 당황해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애들은 내 눈길이 닿기만 해도 “선생님, 저는 돈을 안 가졌습니다.” 하며 지레 겁부터 낸다. 그래서 그 돈을 찾기전까지는 학급분위기가 부자연스럽고 어수선하다. 의심이 또 다른 의심을 만들고 그 의심들이 교실분위기를 비 내리기전 검은 구름이 드리우듯 어두침침하게 만들며 가슴이 갑갑하게 한다. 그러니 잃어진 돈을 꼭 찾아내야 한다. 조사과정에 자칫 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어서 너무 조심스럽다. 훔친 사람보다 잃어버린 사람이 죄가 더 크다는 말이 있듯이 자칫하면 어린 가슴에 상처를 줄 수 있기에 반드시 옳바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잃어버린 돈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한 아이에게 도적질이라는 나쁜 싹을 키워주는데 동참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더욱 가슴 아픈 것이다. 바늘 도적이 소도적이 되고 세살 때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나쁜 버릇은 아예 싹을 트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나는 마음이 무거워나고 조급해졌다. 전반 애들 모두 과학시간을 보러 가지 못하게 하고 하나하나 물어보며 해결하는 것이 어떨가고 생각했지만 그것 또한 엄중한 교학사고여서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일이였다.

  “도적밸!”

  갑자기 내 뇌리를 번쩍 치는 그 말, 평소에 학생들에게 내가 책에서 본 ‘도적밸’에 대한 이야기를 몇번 들려준 적 있었다. 나는 짐짓 수원이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

  “수원아, 걱정 말고 기다리거라. 그 10원짜리 돈도 아마 너희들처럼 나가 놀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면 돌아올 거다.”

  “네에? 선생님… 돈이 어떻게요?…”

  나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반신반의하는 수민이의 등을 밀며 어서 과학시간 보러 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애들은 교원의 얼굴기색을 보며 사건의 경중을 알아본다. 애들이 놀다가 조심하지 않아 조금 다쳤을 때 교원이 당황하여 허둥지둥하면 애들도 겁을 먹고 울음보를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아무 일도 아닌 듯 목소리를 갈아앉히고 아주 가볍게 말했다.

  “친구들, 어서 도와주세요. 지금 10원짜리 돈이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나는 10원짜리 돈 이야기를 간단히 해주었다. 마치도 집을 나간 멍멍이를 찾듯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누가? 돈 10원을 잃어버렸지?”

  “누구라니? 언제?”

  “친구들-”

  순간 조용해졌다. 나는 조금 뜸을 들였다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돈을 잃어버린 학생의 이름은 말하지 않고 지금 주인을 잘못 찾아 들어간 그 10원짜리 돈이 어느 친구의 배 속에 무서운 검은 ‘도적밸’을 만들어놓을가봐 몹시 걱정되니 친구를 도와주라고 했다.

  “도적밸?”

  애들은 모두 자기 배를 내려다보며 놀라했다.

  “친구들, 꼭 도와줄 거죠?”

  “네, 선생님.”

  그렇게 대답을 해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실험청사로 나가는 애들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하학을 앞두고 애들이 책상 안이며 책가방들을 분주히 정리할 때까지 10원짜리 돈은 아직도 종무소식이다.

  “수민이가 집 갈 때 쓸 택시비라고 했지?”

  나는 중얼거리며 지갑에서 10원짜리 돈을 찾았다. 그런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이였다. 그 때 수민이가 다가오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이였다.

  “선생님, 돌아왔습니다. 10원짜리 돈이.”

  수민이는 배시시 웃으며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돈이 돌아왔다며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친구의 배에 검은 ‘도적밸’이 생기지 않게 됐다면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나도 너무 좋아서 수민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수민아, 유태인들은 왜서 문을 잠근다고 했던가?”

  “다른 사람들이 흑심이 생길가봐 잠근다고 했습니다.”

  “선생님, 미안합니다.”

  갑자기 수민이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자기가 돈을 잘 건사하지 않은 잘못이 더 크다고 했다. 나는 몇시간 동안 속앓이를 했을 수민이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친구들, 10원짜리 돈이 안전하게 돌아왔습니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나는 집 가기전 안전문제를 강조한 후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애들도 좋아서 퐁퐁 뛰였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오늘 10원짜리 돈에 발을 달아주며 말의 힘, 글의 힘을 진하게 느끼게 되였다. 교원이라는 위력으로 애들을 마구 윽박지르고 을러메고 위협하였더라면 한두번은 무섭고 두려워서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그 위해성에 대하여 진심으로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방법이 타당하지 못하면 애들의 어린 심령에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의술이 서툰 의사는 한번에 한사람을 해칠 수 있지만 사랑이 결핍하고 책임감이 부족하며 옳바른 교육방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교사는 한번에 수많은 사람들을 해친다고 했다. 내가 오늘 전반 학생들을 모두 과학시간을 보러 가지 못하게 하고 이 학생 저 학생 번갈아 불러가며 조사하였더라면 자칫 숱한 애들의 맑은 마음에 지울 수 없는 검은 도장을 찍어놓았을 수도 있다. 집을 태워 쥐를 잡는 망녕된 일을 저지를 번한 자신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김춘녀 연길시건공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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