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탕액 편에 보면 “까만 오디는 뽕나무의 정령이 모여 있는 것이며 당뇨병에 좋고 오장에 이로우며 오래 먹으면 배고픔을 잊게 해준다”고 돼 있다. 또 “귀와 눈을 밝게 한다”고 돼 있으며, “오디를 오래 먹으면 백발이 검게 변하고, 노화가 늦춰진다”는 표현도 있다. 마치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만병통치약처럼 동의보감에 소개돼 있는데 주요 성분들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특히 최근 첨단과학에 의한 영양 분석으로 오디의 여러 유익한 성분들이 밝혀지면서 건강 기능성 식품 및 식의약 소재로 눈부신 조명을 받고 있다. 요즘 주목받는 오디의 성분들은 바로 루틴과 레스베라트롤, C3G(cyanidin-3-glucoside) 등이다. 그러면 이 가운데 어떤 성분이 탈모와 관련이 있을까. 동의보감에도 ‘백발이 검게 변하고’라며 오디의 효능이 표현돼 있듯이 오디가 두피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오랜 세월 임상적으로 입증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디에 풍부한 루틴 성분이 바로 두피를 건강하게 만들어줘 탈모를 예방하는 데 이롭게 작용한다. 루틴은 식물계에 널리 분포돼 있는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으로, 메밀에서 최초로 분리돼 메밀을 대표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루틴은 고혈압 억제물질로 유명하며 특히 모세혈관의 강화작용 및 수축작용을 도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해 준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실제로 옛날 사람들은 중풍(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오디를 상복했다.
그런데 모발 역시 모세혈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발은 혈액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모근까지 제대로 혈액이 공급돼야 모발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고 정상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두피의 모세혈관이 막혀 있으면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모낭이 부실해지며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따라서 탈모 방지를 위해 루틴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여러 종의 ‘말린 오디’를 분석한 결과 루틴 함량이 100g당 평균 0.14g으로 메밀 100g에 들어 있는 0.12g보다 더 많았다. 루틴 성분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온 메밀보다 더 많은 루틴이 오디에 들어 있는 것이다.
오디에는 혈관을 튼튼히 해주는 루틴 외에도 몸에 유익한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좋은 성분이 노화 억제 항산화 색소인 C3G다. C3G는 오디의 까만색을 만들어 주는 성분으로 가지에도 많이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의 일종이다. 안토시아닌은 노화 억제, 망막장애 치료, 시력 개선, 항산화 작용 등에 대한 생리 활성 효과가 이미 검증돼 있는 성분이다.
그런데 여느 채소나 과일의 안토시아닌과 달리 오디에 함유된 C3G는 가장 안정된 형태의 안토시아닌으로 노화 억제 효과가 있는 토코페롤보다 7배나 강한 노화 억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연구 결과 오디의 C3G 최고 함량은 1.27%로 포도의 23배에 달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성분은 레스베라트롤이다. 레스베라트롤은 식물이 생물학적·비생물학적 스트레스에 대항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항독성 물질로, 그동안 포도와 땅콩 등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레스베라트롤이 유명해진 것도 육류와 술을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의 심장이 튼튼한 것이 포도로 만든 와인의 레스베라트롤 성분 때문이라고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런 현상을 국제사회에서는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한다.
실제로 레스베라트롤은 인체 내에서 혈소판 응집 억제, 지질대사 제어, 지방과산화 억제 등의 항산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최근 분석 결과 오디의 레스베라트롤 함량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오디의 레스베라트롤 함량은 100g당 78㎎에 이르는데 포도의 경우 0.5㎎, 땅콩은 0.1㎎ 정도에 불과해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레스베라트롤의 효능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항암 효능이다. 연구 결과 레스베라트롤은 암의 발전 과정인 ‘개시-촉진-진행’ 3단계 모든 과정에서 강력한 항암 작용을 한다.
한편 요즘 오디가 제철이어서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오디는 색깔이 짙고 통통한 것이 좋다. 그리고 쉽게 무르기 때문에 물기 없이 비닐팩에 담아 냉동 보관해야 한다. 물에 가볍게 씻어 생으로 먹을 수 있으며 요구르트를 가미해 믹서기에 갈아 주스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도움말 = 김현복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연구사>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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