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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독서만필8] 《둔감》이라는 화두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7.22일 12:35
-와타나베 준이치의 에세이집 《둔감력》




에세이집 《둔감력》과 《로맨스소설의 황제》 와타나베 준이치

지난 세기 90년대초, 조심스레 서점가에 오른 와타나베 준이치(渡辺淳一)의 대표작은 우리 독자들로 말하면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50대 공무원과 30대의 정숙한 부인의 결코 허락받을수 없는 사랑을 절절하게 그리며 죽음까지 함께 하는 불륜 이야기는 그 작품이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나온 작품이고 3만여자나 가위질한 삭제본이였음에도 말이다. 가위질 투성이로 원전의 의미를 온전하게 볼수 없었던 와타나베의 《실락원》은 출판 13년만에야 결국 온전한 모습 그대로 중국에서 재출판됐다.

사실 와타나베의 작품은 그 어떤 에로물처럼 유흥으로 읽을 작품이 아니다. 탐미주의적인 미학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성에 대해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천박하지 않다. 또 세세한 심리묘사로 그안에 사회와 긴밀하게 련관된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의미까지 담고있다. 때문에《실락원》은 발간 즉시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실락원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커다란 사회적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33년 삿포로에서 태여나 의과대학을 졸업한후 정형외과의사로 활동하였고 대학 강단에 서기도 하면서 파격적이고 탐미적인 소설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로맨스 물의 황제》 와타나베 준이치가 지난 5월 집요하게 탐미해들었던 세상과의 인연을 놓았다.

고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속에 그의 작품이 다시 조명받고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회자되고있는 작품은 대표작 《실락원》이 아니라 와타나베 준이치가 2007년에 펴낸 에세이집이다.

《둔감력》(鈍感力)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은 출간돼 100만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그동안 정치인과 기업 CEO들의 열독서로 꾸준히 회자됐다. 《둔감하다》에 《힘(力)》을 붙인 《둔감력》이라는 단어는 책이 출간된 2007년 일본에서 《올해의 류행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와타나베는 주특기인 로맨스물이 아니라 에세이집을 집필한 리유로 《요즘 세상은 예민함과 신경질로 가득한데 이때문에 생기는 개인의 불행과 사회문제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반드시 공통점이 있다. 그가 갖고있는 재능의 바탕에는 둔감력이 있다》라고 갈파했다. 따라서 저자는 《둔감력이야말로 인생에서 성공할수 있는 최고의 재능》이라고 력설하며 《둔감력》을 재능의 수준으로 격상시키고있다.

둔감함은 게으름, 우둔함이라는 부정적이미지의 단어이다. 그리고 이 단어의 반대편에는 예민함, 민감함이란 긍정적인 이미지의 단어가 있다. 그만큼 둔감하다는 말이 미련하다는 말과 오버랩(重影)되며 좋지 않은 이미지로 사용되였던 우리 사회의 풍토였다.

민첩하고 눈치 빠른것이 미덕이라 여겨지는 현대사회에서 마냥 신경의 안테나를 곧추 세우고 예민하게 반응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많은 사람들의 신심을 옥죄이고있다. 세상살이가 모두 내 마음 같지 않고 록록치 않기에 그 틈바구니에 치대며 자라난 예민함이 외려 사람들을 더없이 힘든 수렁속으로 몰고 가는수가 많다.

그 속박에서, 수렁속에서 벗어날수 있도록 해주는 우직한 힘이 바로 《둔감력》이다.

둔감한 사람은 흔히 게으르고 리유없이 락천적인 골 빈 사람처럼 생각될수 있겠으나 바꾸어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경쟁력을 갖추고 건강도 지킬수 있으며 지혜로운 생활태도를 가진자라고 볼수도 있다.

좋은 의미의 둔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고 느긋하게 살아야만 오히려 치렬한 사회생활에서 건강하게 살아남을수 있음을 깨쳐야 한다.

동료의 자질구레한 루습도, 상사의 지지콜콜한 질책도, 부하의 안스러운 잘못도, 안해의 가끔의 실수도 크게 하하하하 웃어넘기는 대범함으로 뭉때버리는것이 좋을듯하다. 나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도 둔감함이라는 술수를 시의적절하게 적용하는것, 그야말로 오늘 하루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새로운 인생의 메시지이다.

둔감이라는 화두는 성인 공자의 일화에도 나온다.

공자는 《론어(论语)》에서 이르기를 《柴也愚,参也魯,师也辟,由也喭》, 즉 《시(柴)는 어리석고 삼(参)은 둔하고 사(師)는 형식적이고 유(由)는 거칠다》고 하였다. 이는 공자가 자신의 제자들에 대해 일일이 평가한 말이다.

공자는 제자 안연(颜淵)에 대해 가장 만족해했다. 제자 증삼(曾参)에 대해서는 다소 둔(鈍)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뛰여난 순발력을 지닌 안연은 일찍 세상을 떠나고 그 둔한 증삼이 천수(天寿)를 누리면서 스승의 의지를 이어나갔다. 증삼 즉 증자(曾子)가 결국은 공자의 사후에 유가사상을 계승한 인물로 부상한것이다.

공자는 증삼을 둔하다고 평하였는데 이는 증자가 성격이 내성적이고 일을 신중히 처리하였기때문이다. 증자는 유가의 최고 덕목인 인(仁)의 실현을 자신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과제로 여겼기때문에 평상시에도 아주 근신하고 신중하게 행동하였으며 결코 자기가 취해야 할 활동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둔》한 덕목이 그를 위대한 사상가의 반렬에 올려세웠던것이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와타나베 준이치의 상식을 뒤엎는 발상과 현명한 삶의 힌트에서 배운다. 이는 의사출신의 작가가 우리에게 주는 정신적질병에 대한 통렬한 진단이라 볼수 있다. 우직한듯하나 지혜로운 《둔감력》이 바로 그 처방전이다.

편집/기자: [ 김청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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