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림) 리주천
학교에서 교사절을 맞으며 교사들의 서법경연을 조직하였다. 교사들은 글도 잘 가르쳐야 하거니와 판서를 단정하고도 곱게 쓰는것이 기본공이므로 이런 활동을 조직한것이다. 교사들은 열정적으로 참가하였다. 한것은 이번 수상증서는 교사들의 직함평의에서 점수를 딸수 있는 증서로 쓰인다고 교장이 교직공대회에서 점을 찍었기때문이다.
교장, 부교장, 교무주임, 정교주임, 학년조장으로 무어진 평심원팀은 진지한 평의를 겨쳐 1, 2, 3등 수상작들을 선정해냈다. 우수작을 선정하기가 어려운건 아니였다. 미술교사의 작품은 다들 공인하는것이니깐 두말할것 없이 1등이고 2, 3등은 중년교원들의것이다. 십여년을 글을 써온 교사들인데 더 말할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은 인간관계도 좋다.
문제는 새로 배치받아온 총각선생인 류연생선생의 작품이였다. 해서도 초서도 아닌, 무슨 서법이라고 부르기 곤난한 글씨체였는데 어찌 보면 장난으로 대수 붓을 날린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남의 작품을 억지로 본뜬듯이 어색한, 아무튼 적어도 단정한데가 없는 글씨체였다. 내용은 ‘유리창문에 피는 성에꽃은 언제 어떻게 피는지 누구도 관심하지 않지만 역시 꽃’이라는것이 주제였는데 평심원들의 눈에는 아이보다 배꼽이 더 큰격으로 아쉽게도 글씨체보다 내용이 더 좋았다. 하지만 평심팀은 새로 온 교사를 고무격려하는 차원에서 3등상을 주기로 결정하였다.
교장은 총화발언에서 ‘류선생님은 서법에는 서툴지만 참여의식이 참으로 칭찬할만 하다’면서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고 류선생도 수상소감을 발표할 때 허심하게 많이 배우겠다고 결심을 표시하였다.
이듬해 학교에서는 건교 40주년을 맞으며 기념활동의 일환으로 교직원 성과 전시도 하게 되여서 교직원들은 저마다 수장하였던 성과물들을 가져왔다. 무슨 방학간숙제를 찍은 책, 무슨 영예증서, 무슨 컵… 한무더기나 되였다.
기념일날 전시실을 돌아보던 교사들은 깜짝 놀랐다. ‘류연생서법작품집’이라고 버젓이 나와 있었던것이다. 뒤면에는 애티나는 청년의 사진이 있고 그 밑에는 이런 프로필이 적혀있었다.
류연생, 남, 1987년생, 중국서법가협회 회원 , 제8기 전국 서법전람 은상 획득자, 작품 ‘성에꽃’은 외교부의 국가선물로 선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