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손석춘씨(52·사진)가 종교서적 2권을 펴냈다. 손씨는 지난 2월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꽃자리)를 낸 데 이어 이달에는 <붓다, 일어서다>(들녘)를 발간했다. 진보적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로 현실 정치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온 그가 지금 종교를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손씨를 26일 캠퍼스에서 만났다.
“ ‘입전수수(入廛垂手)’. 선의 입문부터 해탈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십우도(十牛圖)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깨달은 다음에는 시장에 나가 손을 드리운다는 뜻이죠. 깨달음을 신비화하기보다는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세상을 바꿔 나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전 해석합니다.”
그는 한국 불교가 양극단에 사로잡혀 있다고 했다. 한쪽 끝에는 “내 자식 대학 합격하게 해달라”고 비는 기복신앙이 있고, 다른 한쪽 끝에는 세상과 유리된 채 산 속에만 머무는 신비주의가 있다. 그는 “내 자식이 합격하면 다른 아이는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세상 모든 것이 연기로 이어져 관계망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붓다는 명확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역시 출발부터 혁명적인 종교였다. 그는 오늘날 “죄를 사하여 주시고…”라고 알려진 주기도문의 한 구절이 원래 “빚을 탕감해 주시고…”였다는 초기 기독교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채무자의 빚을 탕감할 자신이 없던, 즉 탐욕을 버리지 못했던 기독교인들이 이후 이 구절을 부담스럽지 않게 바꾸었다는 주장이다.
“예수가 지금 서울에 온다면 대형 교회에서 권력, 자본과 함께하는 성직자에게 뭐라고 할까요. 대형 교회 목사들은 되레 예수를 잡아다가 신을 모독했다고 하지 않을까요.”
손씨는 “젊은 시절부터 ‘우주와 역사에서 인간의 위치는 어디인가’를 내가 풀어야 할 문제로 여겼다”며 “사회운동을 하다 보니 역사에서 인간의 위치는 알 것 같은데 우주에서의 위치는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붓다, 일어서다>에는 선승 7명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모두 50년 이상 참선에 몰두해온 이들이다. 손씨는 “그분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은 자기 중심주의와 탐욕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까지도 진보대통합을 위해 노력했으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얻는 그는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비우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고통받고 있는 민중들이 어떻게 볼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백승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