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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바꾸면 혁신이 된다" 노숙자가 관광 가이드로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9.04일 10:49

(흑룡강신문=하얼빈) 프랑스 파리 20구는 파리 동쪽에 있는 서민 동네다. 내세울만한 관광 명소는 없다. 벨빌(Belleville)과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 정도가 그나마 알려진 곳이다. 이 지역에는 이주 노동자가 많이 산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 거리를 걸어보면 그렇다. 북아프리카, 흑인, 중국인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용 때문에 가난한 예술가들도 어울려 산다. 대낮에 벤치에 누워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 옆에는 술병이 놓여 있다. 삶의 활기와 위험이 공존하는 곳이다. 며칠 또는 1, 2주를 머물 관광객이라면 굳이 20구를 방문 우선 순위에 올려 놓지 않을 것이다.

  이런 지역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20구 구청 앞에 일군의 사람들이 모였다. 안내는 39살 방상이 맡았다. 그는 노숙자였다. 방상은 공부를 마치고 취직했지만 우울증에 경제적 문제가 겹쳐 집을 잃었다고 한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길에서 살았다. 빛 바래고 페인트가 묻은 점퍼, 줄담배, 주름살…고된 삶을 살았겠다 싶은 흔적이다.

  그가 가이드가 될 수 있었던 건 셀마 젊은 여성이 낸 아이디어 때문이다. 셀마는 노숙자가 동네 사정을 잘 알 것이다, 노숙자의 눈으로 본 파리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셀마는 ‘도시의 대안’이란 사회적 기업을 세우고 이 아이디어를 실행할 노숙자를 찾았다. 구인 광고를 냈고 방상은 응모했다. 면접을 거쳐 방상은 가이드로 뽑혔고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지금의 관광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그게 올해 2월이니까 방상은 반년을 가이드로 일한 것이다.방상은 그를 찾아온 손님(관광객)을 데리고 동네를 산책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특정 장소와 건물, 골목, 벽화에 담긴 사연을 소개하는 식이다. 느린 걸음이다. 손님은 보통 10명 정도라고 한다. 입소문이 난 덕분인지 손님들 가운데 영국인 가족, 스페인 모녀도 있었다. 방상은 “조용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작은 골목길이나 잊혀지고 숨겨진 공간을 알려주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뻔한 관광 안내가 아니라, 20구를 새로 발견하게 해 주고 싶다는 거다. 방상은 거리에서 살 때 옆 사람에게 듣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영국인 관광객은 “방상이 거리 예술에 관심이 많고 관광객 스스로는 찾아내지 못할 것들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또 노숙자였던 그가 스스로 힘을 키웠다며 행운을 기원했다.

  방상은 이런 식으로 1주일에 10시간 일했다. 2시간 정도 관광 안내가 끝나면 손님들은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냈다. 그 중에서 방상은 시간당 10유로(우리돈 1만 3천원 정도)를 받고 나머지는 사회적 기업이 가져간다. 방상은 정기적으로 일하고 돈을 벌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방상은 가이드를 그만두고 새 직장에 다닐 계획이다. 노숙하면서 잃어버린 본인의 가치와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방상은 말했다.

  ‘도시의 대안’은 파리 18구에서도 관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18구는 몽마르트라는 유명 관광지가 있지만 거기를 빼면 역시 이민자가 많은 동네다. 회사는 몽마르트를 안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유명한 곳보다는 삶이 있고 개성이 있는 곳을 안내하자는 취지를 살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도시의 대안은 노숙자 안내 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관광, 역사성이 깊은 곳 방문 등 테마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 관광 프로그램에는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새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장애인, 노숙자 등 약자라면 일단 보호하고 보자는 생각보다는 사회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먼저 고민해보는 것이다. 관광객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시선을 바꾸면 혁신이 된다.

출처: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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