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어렸을 때 정말 즐겨듣던 라디오DJ를 한다는 게, 새하얀 첫눈이 내린 곳을 중간에 혼자 밟은 느낌이다. 오점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정형돈이 '배철수의 음악캠프' DJ에 도전하면서 밝힌 심경이다. 중학생 때부터 '음악캠프'의 팬이었던 정형돈은 24년 간 지속되어 온 역사에 누가 될까봐 걱정했다. 큰 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도전을 하는 정형돈은 열심히 방송 준비를 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감동을 선물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라디오데이 특집 '라디오스타' 편에서는 6인의 멤버들이 각자 한 프로그램씩 맡아서 방송 준비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정형돈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진행을 맡고 싶어 했다. 그러나 DJ 경험도 없었기에 선뜻 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했다. '음악캠프'에 대한 정형돈의 애정은 남달랐다. 중학생 때부터 애청자였다는 그는 노래는 오직 팝송만 들었고,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을 꼽으면 1,2위에 항상 배철수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하고싶은 프로그램을 맡자'는 의견에 따라 정형돈은 '음악캠프'의 DJ가 됐다. 어느새 중학생 시절의 정형돈으로 돌아간 그는 배철수를 만나고 어쩔 줄 몰라했다. 배철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정형돈에게서는 존경심과 감개무량 등의 감정이 녹아 있었다. 배철수는 정형돈을 환영하며 "'음악캠프'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지적 수준이 제일 높지 않냐"고 말했다
그리고 정형돈은 DJ석에 앉았다. 콘솔을 잡은 정형돈은 대본을 보고 말하는 것인데도 버벅 거렸다. 더욱이 '음악캠프'에는 오프닝이나 명언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대본이 없었다. 음악 소개나 생각 등은 모두 정형돈의 머릿 속에서 나와야하는 것. 이를 시키자 정형돈은 혼란스러워했지만, '음악캠프'의 오랜 애청자답게 음악적 지식이 있다는 것을 확인케 했다. 걱정에 사로잡혀 있던 제작진 또한 이 대목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로부터 이틀 뒤, 정형돈은 다시 '음악캠프'를 찾았다. 이번에 정형돈은 콘솔을 움직이며 오프닝을 연습했다. 정말 놀라울만큼 정형돈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배철수와 비슷한 목소리를 냈으며, 자신감이 붙었다. 다만, 긴장감에 여전히 손은 떨렸다.
계속 엄격함을 유지하던 정찬형 PD는 이때 정형돈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실패는 결정되어 있다고 인정하면 실패의 두려움은 제거된다. 손떨림은 음악의 박자를 맞추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PD의 따뜻한 말에 정형돈은 감동하며 다시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정찬형 PD는 "본인이 의지가 충만해서 카메라가 철수해도 남아서 열심히 공부하더라"라면서 "성공 확률이 높아졌다. 6%가 됐다"고 전했다.
정형돈의 노력이 0%대였던 성공률을 6%까지 끌어올린 것. 이날 시청자는 정형돈의 성실함을 다시 한번 확인 했고, 감동을 받았다. 자기 스스로 '평범하고 웃기지 않는 개그맨'이라고 말하는 정형돈은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하고 도전해 왔다. 그리고 정도 많고 인간미가 폴폴 넘친다.
정형돈은 단연 라디오데이의 주인공이다. 어린시절 우상이었던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DJ가 된 그는 잘하지는 않아도 프로그램에 피해가 가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래서 연습하고 또 연습한 것. DJ 정형돈은 '무한도전'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줬다.
한편, 박명수는 '굿모닝FM', 정준하는 '정오의 희망곡', 노홍철은 '두시의 데이트', 유재석은 '꿈꾸는 라디오', 하하는 '푸른밤'의 진행을 각각 맡았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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