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태열 기자]‘산소같은 여자’라는 광고카피처럼 흔히 ‘산소’ 는 순수함과, 유익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산소가 인간의 노화를 비롯하여 동맥경화·암·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 산소는 인간이 생명을 유지해나가는 데 필수요소이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우리의 건강을 서서히 잠식하는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활성산소’라는 이름으로 낯설게 다가오는 산소의 또 다른 모습을 살펴보자.
▶ ‘활성산소’ 몸속 세포 산화시켜 노화와 질병 불러
호흡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산소는 혈관을 따라 몸 구석구석까지 퍼짐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요소가 된다. 그러나 산소가 우리 몸에 항상 이로운 존재라는 편견은 버릴 필요가 있다. 산소는 우리 몸에 들어온 이후 혈관을 따라 운반되고, 음식물 소화를 비롯한 체내 호흡 대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변하기도한다. 이는 정상적인 산소와는 달리 세포막과 세포 내에 있는 유전자를 공격해 몸을 늙고 병들게 만들어 노화를 촉진하거나 암을 유발하게 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이것이 바로 ‘활성산소’라 불리는 산소의 또 다른 모습이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약 1~2% 정도가 활성산소로 변한다.
어느 정도의 활성산소는 우리 몸이 스스로 해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 면역 기능도 있지만, 과잉 생산된 활성산소는 우리 몸속의 수많은 세포들을 ‘산화(酸化)’시켜 노화증상은 물론 각종 질병 발생을 촉진한다.
▶오염된 환경과 스트레스, 흡연, 음주 등이 활성산소 만드는 ‘주범’
과도한 스트레스, 자외선, 방사선, 자동차와 공장의 배기가스, 농약이나 살충제 등의 화학물질은 활성산소를 만드는 주범이다. 또한 방부제나 색소가 들어 있는 인스턴트식품, 식품첨가제, 흡연과 음주 등도 활성산소를 만들고, 과식도 활성산소의 생성을 촉진한다. 많은 음식량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훨씬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것은 많은 산소의 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운동 또한 체내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므로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 ‘활성산소’ 노화 촉진하고 암, 동맥경화, 뇌졸중 등 불러와
불안정한 상태의 ‘활성산소’는 스스로 안정성을 회복하고자 정상적인 세포막과 세포를 손상하며, 필요한 양 이상으로 만들어진 활성산소는 피부를 구성하고 있는 콜라겐을 산화시켜 노화를 촉진하고, DNA를 손상해 암과 노화를 유발하며, 세포막의 불포화지방산을 산화작용을 통해 이물질로 바꿔 동맥경화, 뇌졸중 등 질병을 부른다.
현대인의 질병 중 많은 수가 활성산소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뇌졸중, 심근경색, 백내장 등은 지나친 활성산소에 의해서 생기며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당뇨병, 간염, 위장염 등에도 활성산소가 일부 관련되어 있다. 냉증, 어깨가 뻐근한 증세, 신경통, 성욕 감퇴, 불면증, 숙취 등 역시 활성산소와 과산화지질이 그 원인이라는 보고도 있다.
▶체내 생성되는 항산화효소 20대 정점으로 감소
항산화제는 인체 내에 자연적으로 생성하는 것과, 외부에서 투여해 주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몸 안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항산화 물질에는 superoxide dismutase(SOD),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 빌리루빈, 멜라토닌 등이 있다. SOD와 같은 항산화효소는 인체 내에 과도하게 발생되는 활성산소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활성산소를 억제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항산화 물질은 체내에서 자기 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필요에 따라 만들어져 활성산소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항산화 효소인 SOD(Superoxide dismutase)는 우리 몸 내부의 항산화 효소 활성을 촉진시키며 전반적인 항산화 방어기전을 강화해줘 항산화 효소의 제왕이라 불린다.
내부나 외부에서 오는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DNA 손상을 막아줘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항산화 물질이 충분히 만들어지는 동안에는 우리 몸은 건강하다.
그러나 잘못된 식습관에 의해, 또 노화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항산화 물질의 생성능력이 저하되어 활성산소에 대한 억제력이 약해지게 되며, 40대에 성인병이 급증하는 것도 이 요인에 의해서라고 밝혀지고 있다.
SOD 분비량이 적으면 그만큼 질병발생의 위험이 높아져 수명을 단축시키게 된다. 그런데 이 SOD는 20대를 정점으로 하여 서서히 감소하므로, 결국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항산화제의 섭취가 필수적인 것이다.
<도움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유상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