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ㅣ 전설리 기자] 중국 스마트폰이 한국 시장에 처음 상륙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휴대폰 업체인 화웨이는 다음주 한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를 통해 스마트폰 판매에 나선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국내 통신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가 한국 시장에서 판매할 스마트폰은 ‘아너6’(모델명 HW-H60-J1·사진)의 변형 모델이다. 아너6에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세 배 빠른 광대역 LTE-A 통신 기능과 VoLTE(Voice over LTE·4세대 음성통화) 등 특화 기능을 넣었다. 가격은 대당 40만~50만원대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한국 진출을 위해 지난 11일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아너6 스마트폰에 대한 전파 인증을 받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는 이미 중국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다.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삼성전자가 장악했던 세계 중저가폰 시장을 최근 무서운 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
'단통법' 시행 맞물려…삼성·LG전자 '긴장'
중국 화웨이가 주력 스마트폰 아너6를 다음주 한국에서 처음 판매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한·중 간 스마트폰 대전(大戰)이 벌어지게 됐다. 이미 해외에서 삼성전자의 중저가폰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온 중국 업체들이 한국에도 침투해 국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화웨이가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다음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 한국의 휴대폰 유통시장 구조가 변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간 국내에서 대만 휴대폰 제조업체 HTC 등 해외업체들이 맥을 못 췄던 이유는 휴대폰 유통구조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해외 업체들은 통신사에 휴대폰 판매 장려금을 지급해야 하는 복잡한 국내 유통구조를 외면하고 공단말기 형태로 휴대폰을 팔았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휴대폰을 판매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십상이었다. 한국 시장이 ‘외국산 휴대폰의 무덤’이 된 이유다.
이 같은 구조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바뀐다. 통신사를 거쳐 개통하지 않아도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외국산 휴대폰의 진출이 보다 쉬워지는 셈이다. 통신사들은 단통법 시행과 맞물려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와 단말기 수급력 등 다양한 경쟁력을 갖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또한 해외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단통법 도입 이후 시장 변화 등의 추이를 살피며 중국산을 포함한 외국산 스마트폰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산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국내에서 샤오미 스마트폰 공동구매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생겼을 정도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통신협)은 스마트폰 구매업체인 리퍼비쉬, G마켓과 함께 지난 7월 말부터 샤오미 스마트폰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대상 제품은 ‘홍미’ ‘홍미노트’ ‘미3’ ‘미4’ ‘미패드’ 등이다.
중국 제조업체들의 자신감도 높아졌다. 중저가폰에서만큼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밀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을 빼앗고 있다. 샤오미는 올 2분기(4~6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레노버도 세계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해 1위가 됐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32.6%에서 올해 2분기 25.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3사의 점유율은 11.4%에서 17.3%로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긴장하고 있다. 중국산 스마트폰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면 국내 중저가 시장마저 내줘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2분기 실적 쇼크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