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문학/도서
  • 작게
  • 원본
  • 크게

[수필] 마흔에 엄마가 보이기 시작하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9.25일 09:00
어머니절을 앞두고 엄마에게 무엇을 선물할가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의 즐거운 모습에 부지중 나는 얼굴이 뜨거워났다. 어머니절이 돌아와도 엄마에게 카네이션 한송이 선물할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그저 나는 다시는 영영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넌 엄마를 목메게 불러본다. 그러나 엄마는 대답이 없다.

60년대 먹을것이 없어 항상 배고팠던 그 시절, 없는 살림에도 돈 한푼이라도 쪼개쓰면서 우리 삼남매를 배불리 먹이려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엄마, 그런 엄마의 손은 항상 젖어있었고 놀 새 없었다.

그때 우리 집은 생활이 항상 쪼들렸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식료품공장에서 겉잣을 가져다 밤마다 잣을 까는 부업을 했다. 그때 잣 열근을 까는 삯돈이 1원 60전이였는데 한달에 한 십여원은 벌었다. 엄마 아빠가 잣을 깔 때면 우리 삼남매는 엄마 아빠옆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눈이 초롱초롱해서 구경했다. 엄마 아빠가 겉잣을 엄지손가락과 식지에 모두어쥐고 잣부리가 우로 향하게 세워놓고 자그마한 망치로 딱 내리치면 잣껍질이 짝― 소리를 내면서 입이 벌어지고 그속에서 새하얀 잣알이 홀랑 얼굴을 내밀었다.

하얀 잣알이 쏙 나올 때마다 왜 그 잣알이 그렇게 먹고싶었던지. 통에 담겨지는 잣알을 뚫어지게 보고있으면 입에서 저절로 군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하지만 먹을수 없었다. 겉잣 열근에서 잣알이 보통 한근이 나오는데 잣알이 넘쳐나면 한냥에 50전을 더 받을수 있기때문에 엄마 아빠는 종래로 우리한테 잣을 먹으라고 말씀하지 않았다. 어쩌다 엄마 아빠가 너무 힘을 주어 잣을 깨다가 잣알이 부서질 때면 그 잣알은 의례 나보다 한살 어린 남동생의 입에 먼저 들어갔다. 그때마다 동생의 조그마한 입을 쳐다보면 엄마는 잣껍질속을 다시 뒤져 잣부스레기를 손에 찍어 내 입에도 넣어주었다. 부스레기여서 별로 씹히는것이 없었지만 입안은 대뜸 고소하고 향기로운 냄새로 가득찼다.

내 입에 잣부스레기를 넣어주던 엄마의 얼굴에는 가난으로 인한 어쩔수 없는 서글픔이 비꼈다. 없는 살림에 돈 한푼이라도 보탬하려고 저녁늦게까지 잣을 까는 일을 하면서도 우리한테 잣알 한알도 마음대로 먹이지 못해 가슴아파하던 엄마의 얼굴이 지금도 내 마음에 아프게 남아있다.

자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불러 하는것이 이 세상 부모들의 마음인데 그때 엄마는 얼마나 아프셨을가? 그렇게 한달 내내 손가락이 터지면서 잣까기를 해서 번 돈으로 엄마는 우리한테 공책과 연필을 사주고 얼음과자도 (그때는 하나에 2, 3전씩 하는 얼음과자도 마음대로 먹지 못했다) 사주었으며 고기도 사서 생활개선을 했다. 그 재미에 엄마는 힘든줄을 모르고 식료품공장에서 부지런히 겉잣을 날라왔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일년에 어쩌다 한두번 돼지고기에다 분탕을 넣고 돼지고기국을 끓여먹는 날이면 우리는 마치 생일을 쇠는듯이 즐거웠다. 밥이 되기 바쁘게 우리 삼남매는 밥상에 뱅 둘러앉아 엄마가 국을 떠주기를 기다린다. 그때면 국사발이 차례지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급하다. 그러다가 국사발이 식구들앞에 놓여지면 어머니의 국사발에는 고기가 별로 없었다. 먹성이 좋은 내가 차례진 고기를 게눈 감추듯 먹어버리고 엄마의 국사발을 건너다보며 숟가락을 감빨고있으면 엄마는 자기 국그릇의 몇점 안되는 고기를 나한테 건네준다. 그러면 나보다 먼저 철이 든 언니가 눈을 흘기면서 자기 그릇의 고기를 엄마 국사발에 넣어주는데 그 고기는 다시 언니의 그릇에 옮겨진다. 그때의 돼지고기는 어쩜 그렇게 구수하고 맛이 있었던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감칠맛을 잊을수 없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 한창 키가 클 땐데. 엄마는 고기가 느끼해서 못 먹는단다.》

그때 나는 정말 엄마는 돼지고기를 못 먹는줄로 알았다. 그리고 명태는 몸뚱이보다 머리를 더 좋아하는줄로 알았다. 헌데 그게 아니였다. 엄마도 돼지고기를 즐겼고 명태머리보다 몸뚱이를 더 좋아하셨으며 다른 엄마들처럼 이쁜 옷을 입고 좋은 화장품을 쓰길 갈망했다. 하지만 엄마라는 그 리유로 자식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모든것을 헌신한 엄마. 희생과 헌신을 하면서도 그것을 삶의 기쁨으로 행복으로 인생의 락으로 여기고 녀자의 숙명으로 받아들인 내 엄마. 자식이 어디 아픈지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다 주고도 더 줄것이 없다고 항상 미안해하는 엄마, 정녕 이 세상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단 말인가?

내 자식을 키우면서 마음과 사랑과 정성을 깡그리 자식한테 쏟아부으면서 엄마도 우리를 그렇게 키웠겠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내 자식의 성장과 함께 엄마의 마음이 헤아려져 생각을 멈추고 시간을 계산해보니 내 나이 벌써 마흔이 넘었다.

엄마가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하여 효도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땐 이미 늦었다. 40대에 위수술을 두번 받고 시름시름 앓음자랑을 하면서도 병약한 몸으로 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로심초사하신 엄마는 그땐 이미 맥없이 병석에 드러누운후였다. 한생을 허리 한번 못 펴고 돈 한번 소원대로 못 써보고 살아오신 엄마의 인생이 너무 가엾어 나는 묵묵히 눈물만 흘렸다. 돌이킬수 없는 시간앞에서 생전에 그렇게 입고싶어하던 외투 한벌 못해드린 후회와 려행 한번 못 보내드린 자책에 내 가슴이 오리오리 찢기는듯했고 구름너머로 무시로 갈마드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마음이 무너지는것 같다.

이 시각 거미가 자신의 몸뚱이를 아낌없이 새끼의 량식으로 내주는것처럼 자식을 위해 희생의 삶을 살아오신 엄마의 주름진 얼굴이 클로즈업되여 내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아, 엄마. 사랑하는 내 엄마.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엄마, 고맙습니다.

/류서연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 길림일보사와 한국강원일보사, 전략적 협력 협정 체결 5월17일, 길림일보사와 한국 강원일보사는 한국 강원도에서 친선관계 체결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을 체결, 쌍방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해는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가 우호적인 성도(省道)관계를 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7년째 기러기 아빠" 윤다훈, 부인·딸·손녀 '캐나다 뒷바라지' 충격 근황

"7년째 기러기 아빠" 윤다훈, 부인·딸·손녀 '캐나다 뒷바라지' 충격 근황

사진=나남뉴스 레전드 시트콤 '세 친구'의 주역이었던 윤다훈이 이동건과 만나 기러기 아빠 근황을 공개했다. 최근 방송한 SBS '미우새'에서는 윤다훈이 오랜만에 출연해 오랜 인연 이동건과 만남을 가졌다. 윤다훈은 "7년째 기러기 아빠, 할아버지로 지내고 있다. 큰

"카페는 아무나 하나" 이동건, 제주도 '사업 도전' 2억 대출 충격

"카페는 아무나 하나" 이동건, 제주도 '사업 도전' 2억 대출 충격

사진=나남뉴스 배우 이동건이 드라마 업계 불황을 언급하며 제주도 카페 창업 의지를 드러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는 19일 방송하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카페 창업에 나선 이동건의 도전기가 공개된다. 이날 이동건은 진지하게 카페 창업에 대한 열정을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사진=나남뉴스 배우 고현정이 신세계 회장 정용진과의 신혼 생활을 최초로 고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고현정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현정'에 일본 도쿄를 방문한 브이로그를 올리며 신혼 생활을 회상했다. 영상 속 고현정은 여러 행사장을 오가며 바쁘게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