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물소리가 산을 먹고있나
날아다니는 어린 귀밥 몇개 아침을 떠돈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밭에 김 매는 소리가
석양빛을 넓은 산야에 멍석으로 깔아놓고
누구의 실같은 시선인지 나무에 붉게 물든다
길가에 체리바구니를 줄 지어놓고
하루 해빛으로 보내고있는 년로한 할머니
인중에 해살 몇오리 새겨진채 꼼지락거리고
주름 깊은 이마에 지나간 기억의 돌이 박혀있다
산에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 좋았다
온밤 수백개 귀를 열고 두만강을 읊어가는
새로운 령감 캠퍼스를 뛰여다니는 더운 날
새집 주소를 찾는 어린 새 누구 이름인지
찹쌀
정 깊은 마음처럼
저리도 끈질긴 모습은 처음입니다
리별이 서러워서 순간을
소중히 서로 부둥켜 안아가는 순순함
땅이 준 사랑을 간직하고
하늘이 내려준 생명으로 종(終)을 지키는
바람은 그속에서 행복을 압니다
무한한 긍지를 느낍니다
쌀독에 그 시절 물소리가 들리고
논물 보는 아버지의 발걸음소리
석양빛으로 돌아오고
오솔길로 학교 가던 동심이
쌀독에서 차지게 나옵니다
참외
지구의 모습을 닮아 둥글게 복살 올랐다
봄 여름 가을의 작은 씨앗이
당도 높은 윙크로 유혹하는
좁은 공간 끝나지 않은 시어들만 가득했다
모래밭에 입술을 대고 땅의 맛을 시식하는
7월의 참외밭에 경사가 향기를 뿜어대고
봉선화 빨갛게 지켜가는 밭머리
젖 먹이는 젊은 엄마 품에 귀동자가
신나게 발장구치며 마냥 좋아하네
물소리 가까운 고향강 여울목
참외를 씻어내는 할머니는 허리를 펴도
굽은 등은 원래 그대로 휘여져있네
참외꽃을 찾아다니는 벌들이 과식일가
참외광주리는 도시로 가고
도시의 승용차들은 참외밭에 찾아오네
오디
뽕나무밭에 꽃비단 숨결이 진하다
래일이면 완성이 될 누에들의 작업
여기저기에서 뽕뽕거리며 열린 오디
한발자국씩 새로운 활로를 펼치고있네
뽕나무잎을 갉아먹는 누에들의 공정이
만만치 않은 근대 현대의 궐기인가
화려한 색상을 물들여 고안하는 패션계
모델들의 걸음걸이마다 휘황하구나
누에의 눈빛을 사랑하며
자연의 엑기스를 짜내여 밝은 세상을 주는
오디에 튕기는 아름다운 세상이
브랜드 비단을 산야에 맞추어가네
귤
파도의 카리스마를 담는 그릇은
어디에다 두고왔는지 비릿한 냄새가
비탈진 하늘로 서서히 기울고있다
오가는 하늘길을 아무리 닦아도
갈수록 캄캄해진 하늘 한구석을
누군가 자루 긴 삽으로 파내고있는데
그 바다바람에 땀소금을 쳐 마시는
고기배가 어느새 석양을 앞에 두는구나
바다가 소나무잎이 사연도 모르고
헤픈 울음을 잎사귀 길게 울고있고
바다물이 물러간 시간에
작은 게들이 굴밖으로 몸을 풀고있다
작은 밭에 바람을 읽어대던 귤들이
노랗게 가슴 한구석을 가득 채우고있네
/(청도) 김기덕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