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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혁명’ 격랑의 홍콩, 어디로 가고 있나?

[온바오] | 발행시간: 2014.10.03일 22:57

▲ 홍콩 중심가인 코즈웨이베이를 가득 메운 시민들

[홍콩=한류타임스 박세준, 김인택 기자] 2017년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홍콩의 민주화 시위, 이른바 ‘우산혁명’이 2일을 지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학생들로 이루어진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가 제시한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 시한을 넘긴 가운데, 시위 지도부간에도 과연 정부청사를 점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격론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중앙정부 역시 침묵을 깨고 관영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시위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오늘(3일)을 기점으로 시위는 큰 변곡점을 지날 전망이다. 현지의 생생한 모습을 한류타임스가 취재했다.

▲ 시위대가 붙여놓은 한글 구호


성숙한 시민의식 돋보이는 ‘홍콩스타일’ 시위

10월에 접어들었음에도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폭우와 폭염을 오락가락하는 현지 날씨 때문에 시위 참가자들에게 우산은 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필수품이 됐다. 또한 경찰의 물대포, 최루탄 공격을 막고, 나아가 ‘중국의 우산(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위라는 점이 강조되면서 ‘우산’은 이번 시위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시위대 근처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한 생수병, 몸의 열을 내려주는 패치 및 경찰의 최루탄, 물대포 공격을 피하기 위한 마스크, 랩 등이 비치돼 있다. 시위대는 수요를 조사해 부족한 물품을 구급 천막 근처에 써 놓고, 시위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이를 무료로 기부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시위대는 시위 구호를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 길가에 게시, 외국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미국, 캐나다, 한국 등 세계 각지의 홍콩 학생들이 타국에서 스스로 이번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이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홍콩 현지에 전달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매일 새벽 많은 인원이 집으로 돌아간 후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주변을 정리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 강경진압으로 시위를 확산시킨 원인을 제공한 경찰 역시 현재는 강경 대응을 자제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대화를 시도하며 구호물자를 주고 받는 등 훈훈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다수가 중,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시위대이니만큼 수업거부를 계속하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학생이 있는 반면, 수업을 받고 오후부터 시위에 참가하는 학생도 있다. 이들은 교복을 입고 길거리에 앉아서 숙제를 하는 등 자신들이 할 일을 차분히 수행하고 있다.

시위가 지속되면서 시위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이 시위대에 썩은 계란을 던지거나 강력한 목소리로 항의하는 등 돌발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나, 시위대는 조용히 쓰레기를 치우고 소리를 지르는 시민들에게 생수병을 나눠 주며 ‘진정하라’고 다독이는 등 시위는 비교적 평온한 모습으로 지속되고 있다. 다만 3일 4시 현재 몽콕(旺角), 코즈웨이베이 등 주요 상업 중심지에서 시위대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이 시위 참가자들의 마스크를 벗기려고 하는 등 일부 충돌에 대해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트 위에 우산이 늘려 있다.

퇴진 요구에 말썽쟁이 딸까지…진퇴양난 렁춘잉

한편 렁춘잉 장관은 시위대가 요구한 사퇴 시한 2일 0시를 30분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017년 행정장관 선거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정부 역시 렁 장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 시위대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거기에 지난 1일 렁 장관의 딸인 렁차이얀(梁齊昕)이 페이스북 사진 속 자신의 목걸이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에게 “이 목걸이는 레인 크로포드(홍콩의 최고급 명품백화점)에서 산 것으로, 물론 당신들 세금으로 산 것”이라는 글을 올려 홍콩 시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렁차이얀은 게시글에서 “(자신에게) 악플을 다는 사람들 대부분을 실직자일 것이니 당신들 전부의 세금으로 산 것은 아닐 수도 있다”며 자신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을 조롱했다. 렁차이얀의 게시글로 인해 가뜩이나 지지율이 낮았던 렁 장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이다.

▲ 시위대와 반(反)시위대의 충돌

‘파란 리본’: ‘우산혁명’에 대한 반대 목소리

한편 이번 시위가 지속되면서 한편에서는 시위가 초래할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친중 단체들은 ‘노란 리본’ 시위에 반대하는 의미로 ‘파란 리본’ 운동을 시작했다. ’파란 리본’ 운동은 대륙 관광객들에게 매출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신계(新界), 구룡(九龍) 일대의 상인들과 일부 친중단체들에 의해 조직된 것으로 파악된다.

10월 1일은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국경절(國慶節)’로, 대륙은 이 시기 1주일 남짓의 황금 연휴를 맞는다. 본래 홍콩은 이 시기에 몰려드는 대륙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상인들을 이 시기를 대목으로 여긴다. 그러나 시위가 지속되며 시내 중심가 주요 상점들이 단축 영업을 하는 등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며,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시위 때문에 대목을 망쳤다’는 불평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금융, 증권 등에 종사하고 있는 일부 시민들 역시 “시위가 지속되면 아시아 금융허브의 자리를 싱가포르나 다른 중국 도시에게 내어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홍콩 반환 이후 홍콩의 경제적 지위는 겉으로는 변함이 없어 보이나 상대적으로 중국 본토 경제가 성장하며 그 위상이 작아지고 있다. 오히려 많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홍콩으로서는 중국 중앙정부의 ‘여행 제한’ 조치 또는 기타 경제 제재 조치가 홍콩을 옥죄게 될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허브로서 1, 2위를 다투던 ‘라이벌’ 싱가포르와의 경쟁에 있어 최근 많은 조사 및 지표에서 조금씩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시위가 장기화되면 홍콩 산업에서 1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싱가포르나 상하이 등 다른 ‘허브’로 옮겨가게 될까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 시위에 참여해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있는 홍콩 청소년

기성세대는 ‘반대’, 1020은 ‘찬성’…세대갈등 심화 우려

중국 반환 17년째를 맞은 홍콩은 시간이 지나며 표면상으로는 ‘중국화’, ‘일국양제’의 길을 걸어 왔지만 이번 시위의 주역들이 오히려 반환 후 대륙 당국의 ‘애국주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세대라는 점에서 이번 시위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환 이후 집값 상승, 교역 활성화 등으로 이득을 얻은 이들은 4~50대 등 기성세대인 반면, 젊은 세대들은 대륙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유학, 취직 등으로 홍콩으로 들어오면서 평균 임금이 낮아지고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이중고’를 겪고 있다.

9월 하순 중국 전인대의 행정장관 선거안에 대한 중문대 조사에 따르면, 40~59세 조사자의 45.3%만이 ‘반대’를 나타낸 반면, 15~24세는 조사자의 75.3%가 ‘반대’ 입장을 밝혀 이번 사안에 대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중국에 대한 입장 차이에 세대갈등까지 겹쳐지면서 홍콩 내 여론은 사분오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점거 아니면 해산, 시위대와 홍콩의 미래는?10월 3일 현재 청사로 향하는 길은 시위대로 인해 막혀 있고, 렁춘잉 행정장관을 비롯한 3천여 명의 공무원들은 출근이 봉쇄된 상황이다. 센트럴, 애드미럴티 등 주요 업무지구는 물론 코즈웨이베이, 몽콕 등 쇼핑가도 현재는 정상 영업이 힘든 상태이다.

시위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 내에서도 ‘중앙 정부가 원하는 것은 정부 청사를 점거하는 것으로, 현재 평화적인 시위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민주화 시위를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우산혁명’은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주도 단체가 뚜렷하지 않고,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단결력과 응집력이 약하다. 더군다나 2일 현지 연휴가 끝났고, 휴가를 내고 시위에 참가하는 일반 직장인들 역시 무기한으로 시위를 이어갈 수는 없다는 점, 그리고 중국 중앙 및 홍콩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대해 ‘입장 불변’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위는 일요일인 5일을 기점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이번 시위 이후 중앙 정부의 대처에 실망한 많은 홍콩인들이 이민을 떠나게 되는 ‘제2의 엑소더스’ 상황 역시도 예상된다. 실제로 97년 반환 이후 중국 공산당에 의한 통치에 불신을 가진 많은 홍콩인들이 국적을 영국으로 바꾸거나, 캐나다, 호주 등 다른 국가로 이민을 떠났다. 최근 이들 이민자들은 다시 홍콩으로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추세였으나 이번 사건으로 홍콩 내 ‘이민’ 물결은 또다른 전환점을 맞게 됐다.

최근 중문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콩인 5명 중 1명이 ‘이민을 떠나고 싶다’고 밝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홍콩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홍콩인들이 떠난 자리는 유학, 취직, 결혼 등을 통해서 홍콩으로의 합법적 이주 자격을 얻게 된 대륙인들이 채울 것으로 예상돼 홍콩의 ‘대륙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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