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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는, 시대유감이었다…'소격동' 마저도

[기타] | 발행시간: 2014.10.13일 11:30



[Dispatch=김수지기자] 서태지는, 곧잘 그랬다.

시.대.유.감.

1994년, '발해를 꿈꾸며'에서 분단된 남북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갈려진 땅의 친구들을 언제쯤 볼수가 있을까.한민족인 형제인 우리가 서로를 겨누고 있고. 우리가 만든 큰 욕심에 내가 먼저 죽는 걸…."

'교실이데아'에서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비판했다. 대학이 그저 취업 목적으로 활용되는 교육 현실도 지적했다.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 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 넣고 있어. 우릴 대학이란 포장지로 멋지게 싸버리지."

1995년에는 청소년을 계도했고, 기득권을 꼬집었다.

"주위를 둘러봐. 널 기다리고 있어 그래. 이젠 그만됐어.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컴 백 홈. 유 머스트 컴 백 홈" (컴백홈)

"나이든 유식한 어른들은 예쁜 인형을 들고 거릴 헤매다니네.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숱한 가식 속에 오늘은 아우성을 들을 수 있어" (시대유감)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에서도, 그리고 다시 돌아온 2000년, '인터넷 전쟁'에서도, 2009년 '코마'에서도 사회상을 다루었다. 황금만능주의를 비난했고, 인터넷 범죄에 직격탄을 날렸으며,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렇게 서태지는, 시대를, 사회를, 현실을 노래에 담았다. 아니 담으려고 애썼다.



1. 서태지가 돌아왔다.

서태지가 다시 돌아왔다. 변화가 있었다. 이혼을 했고, 다시 결혼을 했다.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딸을 낳았다. 한 여자의 남편이,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서태지가 변했다. 병적으로 감추던 그가 아니다. 코와 입을 가리던 마스크는 진작에 벗었다. 예능TV에 출연해 개인적인 사생활을 털어 놓을 정도로 유연해졌다.

사람들은 그의 음악까지 변했다고 말했다. '소격동', 실제로 이 곡의 가사는 한 편의 수채화처럼 맑다. 어릴 적 추억을 아련하게 노래하고 있다.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2. 서태지, 그대로 돌아왔다.

서태지가 '소격동'을 말했다. 단지, '추억'이라며 선을 그었다.

"소격동은 제가 자란 정말 예쁜 한옥 마을입니다. 그 마을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그렸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도 옛 마을에 잠시 머물다 올 수 있다면 좋겠네요."

'소격동'은 서태지의 어린 시절이다. '좁은 골목길', '처마 고드름', '참새소리' 등의 가사로 그 시절 그 동네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소격동'에는 1980년대 권력의 상징인 '보안사'가 자리잡고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 불법 민간인 사찰의 본거지였다.

당시 국군보안사령부는 '좌경오염 방지'라는 미명 아래 ''녹화사업'을 벌였다. 운동권 학생을 강제 징집해 가혹행위를 벌였다.

군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보안사'가 작성한 녹화사업 대상자는 1121명. 강제 징집된 인원은 1100여 명이 넘었다. 이 과정에서 6명은 의문사했다.



3. 서태지, 다시 시대를 말한다.

분명, 이번에는 직설법은 아니다. '아이유'가 부르면, 그의 노래는 추억이다.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어릴 적 걷던 그 길을 다시 걷는 추억이다. 소격동 좁은 골목길 계단을 홀로 걷는 추억이다. 그 옛날의 짙은 향기를 느끼는 추억이다.

하지만 서태지가 부르면, 그 노래는 잊고 싶은 과거다.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잠이 들면 누군가 사라졌던 현실이다. 세상이 뒤집혔던 사건이다. 잠깐 사이에 사라져버렸던 악몽이다. '뮤비' 속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 '녹화사업'이다.



4. 서태지, 정체성이 돌아왔다.

밥 딜런은 주류문화에 저항했다. 반전을 외쳤고, 평화를 노래했다. 비틀즈는 1960년대 사회, 문화, 정치적 문제를 숨김없이 고찰했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음악은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음악으로 사회를 고발할 수 있고, 음악으로 현실을 치유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음악이 가진 힘이다.

서태지 역시 음악을 단지 미적 대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음악으로 꾸준히 시대를 말해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어두운 면을 노래로 비추었다.

어쩌면 '소격동'에 대한 해몽은, 꿈보다 좋을 수 있다. 서태지는 그냥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자신이 살던 옛 동네, 그 '소격동'을….

하지만 '소격동'은 이미 포박된 수용자에게 탄환을 던졌다. 당시의 비극을 상기시켰다. 아픔을 기억시켰다. 적어도 2014년에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게 했다.


1994년에도, 2014년에도, 서태지 음악의 정체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시대유감'을 담았다. 그리고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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