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인 그룹의 도 넘은 노이즈 마케팅이 가요계를 멍들게 하고 있다.
신인 걸그룹 프리츠(사진)는 이달 초 부산경마공원에서 독일 나치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연상시키는 완장을 차고 공연해 논란을 빚었다. 소속사 측은 “오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콘셉트부터 디테일한 부분까지 겹쳐 그들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난 13일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까지 이를 보도하며 상식 밖의 행동이라 지적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걸그룹 크레용팝이 보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에서 쓰이는 은어를 사용하고, 콘셉트 표절, 트위터 사칭 등 잇단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이름값을 높인 것과 비슷한 행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 홍수 속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 무리수를 띄우는 이들이 있다”며 “프리츠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화제를 모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들은 이미 성과를 달성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노출을 앞세운 논란 만들기도 대표적인 노이즈 마케팅의 일종이다. 걸그룹 스텔라는 지난 2월 신곡으로 활동하며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속옷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선정적인 춤을 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당시 소속사는 “속옷이 아닌 속바지”라고 반박했지만 비판을 피해갈 순 없었다. 지난 8월 데뷔한 걸그룹 포엘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담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선배 가수인 김태우조차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에로영화 같다”며 혀를 찼다.
요즘은 데뷔 및 컴백을 앞둔 가수의 신곡 음원 유출이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뉴스가 됐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가요기획사는 “엄중히 대처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운운하지만 실제로 유출자를 검거하는 경우는 드물다. 음원 유출이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 행위지만 적절한 대처없이 흐지부지되는 이유는 ‘자작극’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음원을 유출시킨 후 보도자료를 내는 회사가 있다. 이런 노이즈 마케팅은 일단 화제부터 모으고 보자는 편협한 생각이 가져온 자충수”라고 말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곡이 쏟아지는 가요계에서 신인이 발붙일 자리는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논란을 통해 그룹을 알리는 것이 먼저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노이즈 마케팅은 대중의 반감을 키워 아예 해당 가수의 생명력을 끊어놓기도 한다.
박현석 MBC 예능국 PD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식의 한탕주의”라며 “시청자나 방송계 종사자들이 이런 노이즈마케팅에 영향받지 말고 음악 자체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