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연평균 온도가 눈에 띄게 높아짐에 따라 2년마다 1개꼴로 에베레스트산만한 남극의 빙하가 녹았다. 해수면 높이가 올라가고 폭우와 홍수 등의 현상이 빈번해졌다. 빙하가 더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섬 국가들은 물에 잠기고 생태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 세계기상기구(WMO)는 3일(현지시간)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했다. WMO는 “해수면 온도가 올해 말까지 계속 평균 이상 고온이 예상되고 여러 나라에서 폭우와 홍수, 극심한 가뭄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WMO에 따르면 올해 1∼10월 지구 평균 온도는 지난 1961년에서 1990년 사이의 평균 온도인 섭씨 14도보다 0.57도, 2004∼2013년 평균 온도보다 0.09도 높았다. 11월과 12월에도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는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WMO는 “특히 올해 1∼10월의 경우 동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이 없는 가운데 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엘니뇨와 무관한 고온 현상의 원인으로는 온실가스 발생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지목된다.
1950년 13.7도 정도였던 지구의 평균 기온은 2013년 14.5도로 1도 가까이 올랐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는 평균 온도가 섭씨 2도 올라가면 ‘지구가 위험한 상태가 된다’고 규정한 바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동태평양 등에서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것) 현상은 더 짧은 주기로 반복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미셸 자로 WMO 사무총장은 “가장 더운 해로 분류됐던 15년 중 14년이 21세기에 발생했다”며 “이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역시 지구 온난화로 남극 서부 아문센해 빙하의 녹는 속도가 지난 10년 사이 3배나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5일 출간될 ‘지구물리학연구서’에 공개했다. 나사 산하 제트추진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1992년 이래 사라진 얼음은 연평균 83기가t(830억t)에 달한다. 연구팀은 “지난 21년 동안 2년마다 1개꼴로 에베레스트산만한 남극의 빙하가 녹았다”면서 “해수면 온도는 최근 1년에 3.2㎜씩 높아지고 있으며, 이 지역의 빙하가 다 녹으면 지구 전체 해수면이 1.2m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