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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투자 한 건 못받은 '황금평'…나선도 겨우 5천만불 유치

[온바오] | 발행시간: 2014.12.05일 01:11
[한국경제신문 ㅣ 김태완 기자] 북한과 중국의 접경 도시인 단둥에서 차를 타고 압록강을 따라 남서쪽으로 20여분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강변 대신 광활한 논밭이 눈에 들어온다. 북한과 중국이 2010년 경제특구로 개발하겠다고 호언했던 ‘황금평’이다. 여의도의 네 배에 달하는 황금평(11.9㎢)은 본래 압록강의 섬이었지만 토사가 쌓여 중국과 붙어 있다.

지난달 27일 찾은 황금평의 외관은 장성택 처형 직후인 지난해 말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입구에는 북한군 병사 한 명이 보초를 서고 있고 맞은편에는 바퀴마저 녹슨 굴착기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관리위원회 사무실이 입주할 건물을 짓는 모습이 멀리 보였지만 올해 초와 비교해봐도 공사는 별로 진척되지 않은 듯했다. 단둥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 5년간 단 한 건의 투자도 유치하지 못하면서 개발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전했다.



신의주 개발도 무산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대외 개방 정책은 경제특구와 개발구를 통한 외자 유치 추진이다. 한 중국인 대북 사업가는 “북한은 경제특구의 성공 여부에 따라 경제회생이 결정된다고 보고 특구 외자 유치에 필사적으로 매달려왔다”며 “경제특구 활성화를 통해 외화벌이 통로를 확대하고 주민들의 일자리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금평의 황량한 벌판은 북한 경제특구 사업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듯했다. 북한에는 현재 5개 경제특구와 19개 지방경제개발구가 있지만 한국이 투자한 개성공단과 중국, 러시아가 들어간 나선특구 정도를 제외하면 투자 유치 실적이 거의 없다.

북한은 중국이 줄곧 황금평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신의주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2012년부터 신의주를 ‘북한판 선전(深)’으로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공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개발은행과 기업들이 모두 투자를 거절했다. 북한 대외무역성은 최근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앞두고 신의주 시내에 다시 대규모 합작 물류센터를 짓자고 중국 측에 제안했지만 아직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자루비노항의 부상

중국의 동해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나선경제특구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나선경제특구 개발을 위해 중국 측이 합의한 투자금은 20억달러지만 지금까지 투자된 규모는 5000만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이 동해 진출 교두보를 나선항에서 러시아의 자루비노항으로 바꾸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자루비노항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자루비노항은 러시아 연해주 남쪽에 자리한 소규모 항구로 중국 국경과의 거리가 불과 18㎞밖에 되지 않는다. 훈춘의 한 대북 소식통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자루비노항은 거의 부동항이 됐다”며 “중국이 나선항에만 매달릴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고 나선항 투자 유치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경제사정 악화로 성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특구의 외자 유치가 부진한 것은 북한이 대외투자 유치 정책과 달리 강경한 정치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북한 정부에 대한 외자기업들의 짙은 배신감이 깔려 있기도 하다. 많은 대북 사업가는 북한에 대해 “눈곱만큼의 의리도 찾아볼 수 없다”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긴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 돈을 떼인 외국 기업이 속출하면서 북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평판…“의리 없는 사람들”

대북 사업가들은 북한과의 사업을 ‘파트너 비즈니스’라고 규정한다. 사업의 성패가 법과 제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되던 사업도 어느 날 갑자기 파트너가 사라지면 하루아침에 막혀버린다. 장성택 처형으로 문을 닫은 ‘승리무역(장성택이 운영하던 무역회사) 사태’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 외상으로 승리무역과 거래하던 중국 사업가들은 졸지에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나선경제특구에서는 투자자들이 북한 측이 계약을 위반하거나 횡령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외국 기업이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전력 등 산업 인프라가 취약한 것도 외자 기업들의 발걸음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성특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정부가 남북경협기금을 투입해 공장 운영에 적합한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며 “나선은 전력 공급이 불안하고 도로 용수 등 인프라가 취약해 입주기업들의 불편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 문제 해결에 극히 미온적이다. 장기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조선족 사업가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특구에 훈풍을 불어넣어줄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전문잡지인 포린폴리시도 최근 나선특구에 대한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이 동북아 안보와 북한의 인권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실제 특구에 관심을 보이는 주변 국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94억5000만弗

2004년 6월14일 가동을 시작한 개성공단이 만 10년 동안 기록한 북한과의 교역액. 누적 방문 인원 94만명에 생산기업은 15개에서 125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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