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더러 호불호가 엇갈리는 참가자에게 벌어지는 일이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바뀐 심사 원칙으로 인해 기어코 다시 붙는다. 바퀴벌레보다 더한 생존력을 자랑한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노래 실력은 보고 듣는 사람마다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지만 인기몰이가 되는 스타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결국 이 같은 원칙 없는 심사 기준은 시청자의 실망을 야기하고 결국 프로그램의 근간을 흔든다.
그런데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4’는 다르다. 지난 11일 방송된 ‘K팝스타4’의 3번째 라운드 팀 미션 서바이벌 매치는 심사 원칙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 벌어졌다. 두 팀이 대결을 벌이면 한 팀은 무조건 탈락자가 발생해야 하는데, 전원 합격이라는 원칙이 무너진 것.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한 ‘지존’ 존추와 장미지, 그리고 꼴찌들이 뭉쳐 기대를 받지 않았지만 멋진 호흡을 보여준 ‘스파클링걸스’ 최주원-최진실-황윤주-에린 미란다가 주인공이다. 대결 전 당연히 ‘지존’ 팀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꼴찌팀’들의 반란은 예상보다 컸다. 예선 2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다소 부족한 실력 탓에 다른 참가자들의 선택을 받지 않아 4명이 한꺼번에 팀을 이루게 된 이들은 감동적인 무대로 탈락한다면 두고 두고 아쉬움을 남겼을 정도였다.
결국 심사위원 3인방 양현석-유희열-박진영은 고심 끝에 전원 합격을 결정했다. 그동안 흔들림 없는 심사 원칙을 보여줬던 이들이기에 놀라운 반전이었다. 그들이 녹화를 중단하고 대기실에서 난상토론을 벌여서 결정을 내렸을 정도로 심사원칙에 어긋난 결론을 발표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는 일이었다. ‘K팝스타’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꾸준히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철두철미하고 일관된 심사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두 팀의 노력에 전원 합격이라는 틀을 깨부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이는 두 팀이 전원 합격 판정을 받아도 전혀 무리가 없는 멋진 무대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원칙과 기준이 깨지면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냐는 논란이 발생하기 쉽다. MBC ‘나는 가수다’가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으로 프로그램 폐지 위기를 겪기도 했고, tvN ‘더 지니어스’는 신분증 절도 논란으로 인해 전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모두 원칙이 무너진 경우에 발생한 일이었다. 근본적으로 ‘K팝스타4’와 다르지 않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자세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K팝스타4’의 전원 합격 결정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공감이 있었다는 것. 두 팀이 모두 빼어난 무대를 보여줬다는 것에 이견이 없기에 심사에 실력이 아닌 다른 요인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억측이 불가능했다. 또한 더욱이 꼴찌팀인 ‘스파클링걸스’는 반전 드라마를 쓴 역전의 용사들과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기에, 감미로운 음악으로 귓가를 사로잡은 ‘지존’ 팀과 함께 동반 합격을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 결국 전원 합격이라는 원칙이 무너지는 심사는 최선은 아니지만 누구나 수긍 가능한 합리적인 결과였던 셈이다.
여기서 ‘K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힘이 나온다. 네 번의 시즌을 거치는 동안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큰 역풍을 맞지 않았던 것은 제작진이 대중의 잣대에 크게 어긋나는 기획이나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 아무래도 철저하게 상업적인 면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공감을 얻기 위해 선을 넘지 않고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한번의 ‘이변’이 용인됨을 넘어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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