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펀치’가 또 한 번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조재현과 최명길이 나락으로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김아중이 최명길에 의해 사고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김래원의 복수가 또 다시 지연됐다. 극적인 반전을 거듭하는 이 드라마의 특성상 아직 2회가 남았기에 가능한 전개였다. 동시에 김아중이 연기하는 신하경이 민폐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 17회는 신하경(김아중 분)이 전신마비 증상을 보이고 있는 박정환(김래원 분)을 대신해 이태준(조재현 분)과 윤지숙(최명길 분)을 모두 옭아맬 수 있는 비리 증거를 손에 넣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하경은 결정적인 순간에 무기력하게 쓰러진 정환을 대신해 태준과 지숙이 방심한 사이 증거를 획득했다.

원리원칙을 지키고, 사회 거악들과 싸우는 청렴결백한 검사. 하경은 언제나 신념을 고수할 수 있는 정의로운 인물이었다. 온갖 ‘더러운’ 인물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하경은 언제나 희망을 이야기한다. 슬프게도 사회 현실을 담은 이 드라마는 하경이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짓밟는 인물들에게 뒤통수를 맞는 이야기를 해왔다.

드라마가 인물간 물고 뜯는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지다보니 ‘순둥이’ 하경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 사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목표를 이루고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도 아니라 초반 ‘민폐’ 캐릭터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착하고 정도를 지키는 게 민폐로 보이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인데 말이다.

더욱이 17회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쥐고도 지숙의 부탁에 잠시 시간을 지체하며 위기에 놓이는 이야기까지 전개되자 정환의 두 거악에 대한 통쾌한 일갈을 기대하는 일부 성질 급한 시청자들의 애먼 볼멘소리를 듣게 됐다. 왜 모질지 못하느냐는, 왜 단호하게 증거를 정환에게 넘기지 못했느냐는 이야기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정환이 태준과 지숙을 향해 거하게 때릴 ‘뒤통수’가 잠시 뒤로 연장된 것에 대한 원인에 하경이 있다는 책임 전가인 셈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하경은 한없이 힘이 약했지만 온갖 사건사고들을 몰고다니는 보통의 드라마 속 민폐 캐릭터는 아니었다.

정환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그 어떤 순간에도 배신을 하지 않는 굳건한 태도를 견지했다. 정환의 죽음이 앞둔 상태에 다시 한 번 청혼을 하며 끝까지 곁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썩은 사회의 부조리를 척결하고자 하는 의지 또한 대단하며, 정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복수 역시 대신 수행하고 있다. 다만 극의 전개상 잠시 지체된 것일 뿐이다. 때문에 하경에 대한 작은 불평을 토로하는 시청자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그를 응원하며 기다리는 시청자가 더 많아 보인다.

김아중은 ‘펀치’에서 사냥개들이 쏟아져서 자칫 묻힐 수 있는 선한 인물을 연기하며 따뜻함과 카리스마를 모두 표현하고 있다. 순한 성격이라고 해서 강단이 없는 것은 아닌데 김아중은 상대에 따라 날을 세웠다가 편안하게 감쌌다 하는 하경이라는 인물을 적절하게 소화했다. 단편적일 수 있는 캐릭터를 흥미롭게 만들며 갈등 구조로 휘몰아치며 존재감이 흔들릴 수 있는 ‘펀치’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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