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와세다대학교.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창간기획 '현장에서 본 아베노믹스' 취재를 위해 이 학교를 방문한 지난 9일 학교 곳곳에서 검은색 정장에 하얀색 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남녀 할 것 없이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던 탓에 '이 학교 교복이 아닐까'란 생각마저 들었다.
학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그런 복장을 한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 준비생이란다. 일본의 청년들이 신입사원 면접때 입고 가는 드레스코드다. 취업 준비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들에게 요즘 일본 취업 시장 분위기를 물었다. 이 학교 정치경제학부 4학년에 재학중인 이카와 토모히로(23세) 군은 "신입직원이 필요하다고 학교에 직접 찾아오는 기업들도 많고, 공개채용을 하는 기업도 많다"며 "지금 한 회사에 최종 합격한 상태고, 몇군데 더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마가시 류(22세, 법학부 4학년) 양도 "아베 내각이 들어서기전인 3년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고용시장이 좋아졌다"며 "현재 두 곳의 회사에 합격했는데, 여러 곳 합격해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스즈키(22세, 경영학부 4학년)군 역시 "3년 전보다 기업들 실적이 좋아져서 그런지 취업이 잘 되고 있다"며 "주변에 취업을 걱정하는 친구들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오전, 도쿄역에서 기차로 4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아시아대학교. 이 학교는 한해 졸업생이 1600명 정도에 불과한 중소대학교다. 매년 이맘때 취업 시즌이면 기업들이 직접 와서 취업 설명회도 하고 채용공고도 낸다. 3년전까지만 해도 6000개 안팎의 회사가 구인요청을 했는데, 아베 내각이 들어서고나서 꾸준이 늘어 최근엔 8000개 이상의 회사가 구인 요청을 하고 있다.
나리타 아시아대 취업지원부장은 "올해 학생들 취업률이 95%를 기록했는데, 3년전 80%에서 많이 상승했다"며 "아베노믹스 이후 채용을 늘리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어서, 요즘엔 취업 지도에 큰 어려움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 학교 법학과 4학년 우쯔이 유우끼(22세) 군도 "최근에 취업률이 높아진 것을 실감한다"며 "3년 전엔 1개 회사에 들어가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3~4개씩 합격한 후 자신이 원하는 회사를 골라서 간다"고 강조했다.
일본 청년 고용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각 대학교 취업률은 9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러개 회사에 합격해 고민할 정도다. 일본 최고 명문대를 비롯해 중소대학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신규 인력이 모자란 기업들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많이 뽑고 있다. 도쿄대 공대 4학년 사사키 코지(22세)는 "고용시장이 좋아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없이 채용 인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오대 종교사회학과 4학년 하시마 유리(21세)양 역시 "여성 고용시장도 많이 좋아졌다"며 "여성 채용 규모도 늘고,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쓰는 분위기가 많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지난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내각 이후 고용 시장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정책과 통화정책, 성장전략 등을 통해 기업 실적이 개선돼 고용 여력이 생겼다는 것. 특히 2020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건설붐이 일면서 호텔이나 도로 등 인프라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베노믹스 덕분에 고용률이 2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2006년 고이즈미 내각때도 고용이 좋았지만, 지금처럼 좋진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일본 정부가 발표한 실업률은 작년 말과 같은 3.4%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1997년 이후 최저 실업률이었다. 또 지난 3월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구인 수)은 1.15배로 23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러다보니 일부 기업은 신입직원을 넉넉하게 뽑고 있다. 합격을 해도 다른 회사로 갈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일본의 한 시중은행 채용담당관은 "다음달 합격자 발표를 해야하는데, 정원보다 50%이상 뽑을 계획"이라며 "합격하고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경력자나 은퇴자들의 재취업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트라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제트로(JETRO)는 최근 230명에 달하는 경력직원을 뽑았다. 대부분 제트로 출신이다. 제트로가 아베노믹스의 중요한 한 축인 '재흥전략: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티카시 요시오카 제트로 기획과장은 "제트로에서 아베노믹스의 '1만개 중소기업 해외 진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력이 부족해 경력자들을 재취업 시켰다"며 "엔저 영향으로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좋아졌고, 제트로가 할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외신
료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