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박정민 박사팀 개발… 특수 장비 없이도 구현
영화 '마이너리티…' 보다 기술적으로 한 수 위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만나 물체를 실제처럼 손으로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 기술은 특수 장비 없이 일반 모니터로도 구현이 가능해 체험용 교육이나 실감형 인터넷 쇼핑몰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연구단 박정민 박사 연구진은 "일반 디스플레이로 가상 물체를 실제 물체처럼 맨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가상현실 시스템은 정면과 하단, 측면에 설치된 3대의 디스플레이로 구성됐다. 디스플레이 상단에는 사용자의 손동작을 감지하는 동작(키넥트) 센서가 달려있다.
가상공간에서 나무 블록을 손으로 빼내는 게임을 시연하는 장면. 손 동작에 따라 화면상의 블록이 실제처럼 움직인다. /KIST 제공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상품의 앞면만 보인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쇼핑몰에 적용하면 사용자가 손으로 화면 속의 상품을 이리 저리 돌려가며 뒷면과 옆면도 볼 수 있다. 손으로 상품을 조작하면서 크기도 가늠할 수 있다. 화면 속의 물체를 잡으려고 손을 움직이면 동작 센서가 이를 감지해 가상공간에 있는 손이 같은 동작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과 게임도 즐길 수 있다. KIST 연구진은 가상공간에 나무 조각들을 쌓아놓고 손으로 조각을 하나씩 빼내는 게임을 시연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상공간 속 물체의 촉감은 느낄 수 없다. 촉감까지 제공하려면 별도의 장치를 손에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현 단계로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주인공이 화면을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보다 더 진보된 기술이다.
가상공간의 물체를 손으로 조작하는 시스템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바닥까지 내려오는 대형 곡면 디스플레이에 손동작을 감지하는 레이저 빔 장치 등 특수 장비가 필요했다. 박정민 박사는 "새 기술은 널리 보급된 장비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상용화에 유리하다"며 "국내 업체와 기술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에 대해 국내외 특허를 등록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