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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로봇’과의 사랑, 윤리논쟁으로 번지나?

[기타] | 발행시간: 2015.09.27일 07:06

알렉스 갈란드 감독의 영화 엑스 마키나(2015)의 공식 트레일러 화면 캡쳐.


성매매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혹은 인간에 대한 가장 오래된 억압의 형태라고 불린다. 인류의 고질인 성매매가 의외의 ‘치료법’으로 종식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간과 겉모습이 비슷한 수준을 넘어 인간의 대화상대나 성행위의 능동적인 상대방이 될 정도의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 영국에서는 ‘남성의 성생활을 돕는’ 세계 최초의 ‘섹스로봇’이 출시된다.

BBC는 20일 미국 뉴저지 주에 소재한 트루컴패니언이 ‘록시’라는 이름의 섹스로봇을 개발해 올해 말 대당 7000달러에 록시를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루 컴패니언 측은 이 매체에 “섹스로봇은 후에 스스로 배우는 인공지능을 도입해 소유자의 선호도를 분석하고 배워서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루컴패니언의 섹스 로봇 ‘록시’가 2010년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이고 있다. 이 로봇의 크기는 약 160㎝이고 무게는 56㎏이다. 이 회사 측은 2010년 이후 4000건의 사전 주문을 받았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이 인형을 실제 사용한 사람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실제 로봇이라고 부를 만한 상태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Photo by Ethan Miller/Getty Images



■ “인간관계 해칠 것”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살상행위가 가능한 ‘킬러로봇’에 이어 섹스로봇이 새로 등장하면서 로봇과 관련한 ‘윤리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섹스로봇 출시 사실이 알려지자 곧 섹스로봇 개발을 반대하는 운동이 시작됐다. 이 운동을 이끌고 있는 영국 드몽포르대학교 로봇윤리학자 캐슬린 리처드슨 박사는 14일 BBC에 “섹스로봇이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 사람들 간의 관계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섹스 로봇 기술의 활용은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섹스로봇이 전통적 여성의 고정 관념과 인간관계가 단순한 육체적 관계에 불과하다는 관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슨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개발자들에게 섹스로봇 기술 활용을 재고해달라고 설득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가레스 스톤맨 맨체스터대 인공지능 전공자는 “아이들과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 온 로봇이 사람의 성적 기호까지 알아버리고 로봇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하게 되면 인간관계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신은 지능적으로 당신의 모든 필요한 것을 예상하고 당신에게 따스함과 안온함과 사랑의 느낌을 주는 이 기계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당신의 기호를 아는 지능적인 섹스토이를 가지고 성장한 세대가 있다면 그는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갖게 될 때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알렉스 갈란드 감독의 영화 엑스 마키나(2015)의 공식 트레일러 화면 캡쳐.



■ “성 문제 치료에 도움”

시장에 출시된 섹스 장난감들은 전자기술이 더해지면서 더 정교해지고 있다. 섹스로봇 제조업 관계자들은 이런 방향의 ‘진화’를 지지하고 있다. 트루컴패니언의 최고경영자(CEO) 더글러스 하인즈는 록시 같은 섹스로봇이 진정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BBC에 “이 로봇이 아내와 여자 친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고 성관계를 갖는 사람이나 배우자를 잃은 사람을 위한 솔루션”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록시가 최종적으로 자신의 소유자와 대화하고 소유자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알 수 있는 자기 학습 능력을 갖추길 바란다”며 “사람들과 섹스로봇 간에 성관계는 작은 부분이고 주로 친교나 상호 상용을 하는데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성전문상담가인 이언 커너 박사는 지난 6일 인공지능 로봇이 현재 불법인 ‘성매매’를 대신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성적 트라우마(외상후증후군)를 가진 사람이나 조루증 환자, 소아성애자 같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윤리 ‘3원칙’

인공지능 개발이 인류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과학자와 유명인사들의 문제 제기는 최근 거세지는 추세다.

지난 7월 영국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이 인공지능 기술의 군사 목적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삶에 긍정적 영향도 주지만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위협하는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두려움은 로봇이 본격 개발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는 1942년 소설 <런어라운드>에서 로봇의 행동을 규정하는 3원칙을 창조했다.

첫 원칙은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위험에 빠진 인간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이다.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이 3원칙은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킬러로봇이 인간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면, 섹스로봇은 성행위가 단순한 육체적 행동에 불과하는 관점을 강화하면서 인간 사이의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 영화의 현실화, 지나친 우려도 기대도 피해야

알렉스 갈란드 감독의 영화 엑스 마키나(2015)에서는 인공지능을 가진 여성로봇 에이바와 IT기업 창업자를 시중드는 비서 로봇이 등장해 로봇과 인간의 성적욕망 사이의 야릇한 선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와 같은 ‘기계와의 사랑’이 인간의 삶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과잉반응해 인공지능 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기술분석 잡지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독일 코블렌츠 대학 울리케 바르셀메스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두려움은 주로 신화나 만들어진 이야기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나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이 생각하는 창조물을 인위적으로 만들면 비극이 일어난다는 것이 우리의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키웠다는 것이다.

영국 배스대학교 인공지능 전문가 조애나 브라이슨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행동을 예측한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BBC방송에 최근 밝혔다.

그는 “아마존에서 내가 살 만한 상품을 추천하고 SNS가 우리가 좋아할 만한 뉴스를 추천한다고 해서 이것은 인공지능이 예측 능력을 가졌다는 뜻이 아니다”며 “이는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이 우리 세계를 접수할 것이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다”며 “현실의 천재들은 세계를 접수하려고 하지 않았고 똑똑한 지성이 세계를 지배하기를 원한다는 것은 우리의 야망을 똑같이 가졌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슨은 킬러 로봇이라는 단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로봇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로봇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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