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게이트’의 여파로 디젤 차량의 입지까지 흔들리는 가운데,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디젤 차량이 배출가스 기준을 초과했다는 조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3일 BMW·마쓰다·메르세데스-벤츠·포드의 디젤 차량도 허용치보다 많은 양의 배출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최근 영국 리즈대학 교통연구소가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도로에서 새 ‘유로 6’ 레벨 디젤 차량 30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4개 업체의 차량이 유럽연합(EU)의 기준치보다 5~7배나 높은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양의 배출가스를 내뿜는 자동차는 일본 마쓰다로 기준보다 6.1배(0.49g/㎞)나 높았다. 특히 마쓰다의 차량 한 대는 EU가 허용한 1㎞당 0.08g보다 무려 13.75배나 많은 1.1g/㎞를 배출했다. 폭스바겐과 같은 독일 대표 자동차 기업인 BMW는 5.6배(0.45g/㎞), 벤츠는 5.3배(0.42g/㎞)로 나타났다. 미국의 포드는 기준치보다 6.8배(0.54g/㎞)나 높게 나왔지만, 조사 대상 차량 수가 너무 적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배출가스 고의 조작으로 논란에 휩싸인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디젤 차량도 이번 조사에서 허용치보다 각각 5.1배, 4.5배나 배출가스를 많이 배출했다. 연구를 이끈 제임스 테이트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많은 양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면서도 실험실 테스트는 통과하도록 차량을 만드는 방식이 업계 내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테이트 박사는 또 “놀랍게도 폭스바겐의 엔진이 다른 차량보다 배출가스를 35% 적게 배출했다”며 “다른 업체들도 실험실 테스트를 통과하려고 ‘꼼수’를 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교통과 환경’의 그레그 아처는 “조사 결과는 폭스바겐 사태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실험실에서도 도로에서도 자동차가 환경친화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독일 자동차협회(ADAC)가 주행상황과 비슷한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르노·닛산·현대의 디젤 차량이 EU의 허용치보다 높은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왔다. 닛산‘X-트레일 1.6’은 14배, 르노‘에스파세 에너지 dCi 160’은 11배, 현대차‘i-20 1.1’은 6배나 높았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Daily Mail) 캡처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