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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신세’ 된 발코니를 위한 변명

[기타] | 발행시간: 2015.11.07일 06:05
# 1990년. 서울 모 아파트에 사는 결혼 7년차 주부 안모씨. 그는 아침마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나면 거실 옆 발코니로 직행한다. 발코니 한쪽에 만들어 놓은 작은 화단을 가꾸기 위해서다. 안씨는 이곳에 꽃을 심고 텃밭도 조성해 상추와 고추를 키운다. “수도 시설이 있어 물 주기도 편하고, 얼마나 좋아요.” 발코니 공간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취미이자 낙이다.

# 2015년. 안씨는 아침부터 혈압이 오른다. 잠깐 한 눈 판 사이 세살배기 손주가 거실 가장자리에 있는 화단을 들쑤셔 놓았기 때문이다. 여기다 빨래 건조대에 걸린 옷가지는 죄다 끌어내리고, 여기저기 뛰어다녀 사방이 먼지투성이다. 환기를 시키고 싶어도 밖에 장대비가 쏟아져 거실 창문도 못 연다, “발코니가 없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에요, 아이고 머리야.” 안씨의 푸념이다.

아파트 발코니를 중심으로 그린 한 가정의 과거와 현재 풍경이다. 수십 년에 걸쳐 한국인의 사랑을 받던 발코니가 찬밥 신세가 되면서 사람들의 일상도 달라졌다. 발코니의 사전적 의미는 ‘건물 외부에 거실의 연장으로 달아 외부로 돌출되게 만든 공간’이다. 보통 ‘베란다’라는 용어와 혼용해 사용한다.

1980~2000년대만 해도 발코니의 인기는 대단했다. 주택 규모를 책정할 때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서비스 면적’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2006년부터 발코니를 터 거실에 붙여 쓸 수 있게 법으로 허용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게 쓰고 싶은 마음에 너도나도 발코니 없는 아파트를 찾았고, 건설사도 이에 부응해 아파트를 내놨다. 이런 경향이 굳어지면서 최근엔 발코니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발코니 점차 사라져…건설사 노력 중요

기자는 이런 방향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발코니도 주거공간의 일부라는 측면에서 본연의 역할이 있다. 화분을 두고 빨래를 말리는 것 외에도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차를 마시거나 어린이 미니 놀이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화재 등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발코니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새 아파트의 경우 발코니가 있으면 구조상 거실과 방이 좁게 나와 선택하기 어렵다. 일부 아파트는 “창고로 쓰라는 건지 싶을 정도”로 방이 비좁다. ‘울며 겨자먹기’로 발코니 확장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공사 효율성과 수익성 등 명목으로 아예 발코니를 만들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건설사의 편의가 빚어낸 결과다.

그렇다고 건설사만 탓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기업 입장에선 법 테두리 안에서 소비자의 만족도와 수익성을 동시에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 실제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발코니를 없애는 게 낫다고 답한 설문 결과도 있다.

그럼 법을 바꿔야 할까. 전문가들에게 이 문제를 들이밀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든다. 주택 수요자와 건설사, 정부 담당자 등 서로의 요구가 복잡하게 꼬여 있어 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건설사가 안씨 같은 소비자 10~20%의 수요도 고려해서 집을 설계하는 게 최우선일 듯하다.

황의영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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