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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과학] 나로우주센터를 가다…韓 독자로켓을 읽다

[기타] | 발행시간: 2016.02.01일 11:31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추진기관 설비

[나로우주센터(고흥)=이정아 기자] 지난달 28일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나로우주센터. 검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어둑어둑한 데다가 거센 비바람까지 불어왔기 때문이었을까. 탁 트인 바다를 내려보는 산비탈에 들어선 회색 구조물들은 음침한 시멘트 공장처럼 보였다. 하지만 을씨년스런 분위기의 외관과 달리 문을 열고 제어계측동에 들어서자 마치 암호처럼 보이는 숫자가 가득한 밝은 모니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첫인상만으로도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힘을 쏟는 연구원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3년 전 이곳에선 기쁨의 함성이 가득했었다.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나로호(KSLV-I)가 우주에 진입하는데 성공했고, 한국 최초의 로켓이었다. 하지만 나로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단 주엔진은 러시아 기술에 의존했다. 우리는 나로호에 대해 ‘깜깜’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와 러시아 기술진이 함께 점검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기술진은 1단 로켓 시스템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당시 ‘5200억 원을 주고 우리 땅에서 러시아 로켓을 시험발사해줬다’는 회의론이 일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로호가 발사된 바로 이 자리에서 이제는 기획부터 설계ㆍ제작ㆍ발사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구현하는 한국형 발사체가 개발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1년까지 한국형 발사체를 쏘아올릴 계획이다. 나로호가 100㎏의 위성을 300㎞ 궤도에 올린다면 한국형 발사체는 1.5t급 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에 발사할 수 있다. 당장 2017년 12월에는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75t급 엔진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발사체(2단, 3단) 발사 시험이 예정돼 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에는 총 1조9572억 원이 투입된다.



75t급 엔진 연소기 연소시험 모습



7t급 액체엔진(3단) 연소시험 모습



1. 엔진 (부제: 난 발사체 당신의 불꽃 심장)

한국형 발사체 핵심은 7t급, 75t급 엔진에 있다. 나로호 1단 추력의 2배 가까이 되는 300t급 3단형 발사체에는 75t급 액체엔진 5기와 7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1단 로켓에는 75t급 엔진 4개가 묶여 탑재되고 2단 로켓은 75t급 로켓 엔진 1개, 3단 로켓은 7t 엔진 1개로 각각 구성된다. 위성 탑재 성능 면에서 99.9㎏짜리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은 나로호가 소형 발사체라면 한국형 발사체는 중형급에 해당한다.



높이 47.2m의 3단 위성 로켓을 온전히 우리 기술로만 설계·조립해 2020년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를 발사할 계획이다.

나로우주센터 한가운데에는 아파트 10층 높이(32m)의 거대한 연소기 연소시험설비가 세워져 있었다. 연료와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넣고 한 번에 연소시키는 시험을 하는 곳이다. 한국형 발사체 1, 2단에 들어갈 75t급 엔진의 연소기와 3단에 쓰이는 7t급 엔진의 연소기를 모두 시험할 수 있다. 연소시험 때는 3200도에 이르는 고온의 화염이 뿜어 나온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초당 1800리터의 물을 뿌려주는데 혹시 모를 폭발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설비는 두께 1m의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 있다.

한국형 발사체의 엔진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다. 엔진 개발에는 150여 명의 연구진과 한화테크윈과 비츠로테크 등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영민 항우연 엔진시험평가팀장은 “대량으로 생산하는 일부 부품을 빼고 모두 국내 연구진이 제작한다”고 말했다.


2. 연료

한국형 발사체의 연료는 국내에서 개발 중인 케로신(등유)이다. 발사 버튼을 누르면 3초 뒤에 엔진 내부의 압력은 100기압, 온도는 최고 섭씨 3200도까지 올라간다. 엔진의 가스발생기에서 기체로 바뀐 연료와 산화제인 액체산소는 터보펌프가 불어넣는 강력한 바람을 타고 연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데, 이 힘으로 로켓을 우주로 밀어올린다. 연소기의 노즐을 통해 밑으로 분출된 가스가 뉴턴의 운동법칙에서 말하는 ‘작용’이고 로켓을 미는 추진력이 ‘반작용’이다.



엔진 지상시험설비, 한국형 발사체 1단에 적용될 75t급 엔진 지상조건 연소시험을 수행한다.



연소기 연소시험설비, 7t과 75t급 액체엔진을 구성하는 주요 구성품인 연소기/가스발생기 개발을 위한 연소시험을 수행한다.


3. 시험 경과 및 일정

(*) 한국형 발사체 7t급 엔진(3단) 100초 연소시험 성공 영상


지난해 12월 연구진은 7t급 엔진을 100초 동안 연속으로 연소하는 데 성공했다. 엔진이 끊기지 않고 화염을 지속적으로 연소시키는 시간이 100초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지구 대기권 밖(170㎞ 이상 고공의 진공상태)에서 엔진이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힘을 발휘해 우주까지 가려면 500초 이상 연소할 수 있어야 한다. 75t급 엔진의 연소 시험은 이르면 3월 시작해 연말까지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75t급 엔진은 지상과 고공 연소시험에서 140초 이상 연소해야 성공이다.

하지만 75t급 엔진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불안정 연소’ 현상.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이나 연료 공급 과정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을 일컫는다. 심한 진동을 일으키다가 엔진 폭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액체 로켓이 개발되기 시작한 1930년대에 발견됐지만 우주선진국들도 여태껏 해결하지 못했다.

75t급 엔진의 연소기는 1초에 243㎏의 연료를 태워야 한다. 200리터 드럼통에 담긴 연료를 1초 만에 태워 없애는 셈이다. 현재 기술로는 불안정 연소 현상을 근원적으로 없앨 수 없어 연구자들은 연소시간을 조금씩 늘리며 반복적인 시험을 통해 개선책을 찾고 있다. 항우연은 7t급 엔진은 14기, 75t급 엔진은 40기를 제작해 각각 160회와 220회의 엔진 시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불안정 연소 현상이 심하면 개당 15억 원짜리 연소기가 망가질 수 있다. 개발자들이 늘 긴장하는 부분이다.

이날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그동안 엔진 개발을 가로막았던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하고 있어 예정대로 발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첫 발사에서 성공할 확률은 33~34%에 머문다”고 덧붙였다. (*‘엔진 설계와 개발이 동시에 진행돼 시험발사 일정이 빡빡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조 원장은 “공학적 관점으로는 불안정한 요소가 있다는 의구심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우리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발은 목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다소 도전적인 목표이기는 하지만 2017년 12월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엔진 고공시험설비, 한국형 발사체 2단에 적용될 75t급 엔진의 고공환경 모사 연소시험을 수행한다. 2단 엔진은 1단 분리 후 고공환경에서 작동한다.


4. 발사 계획

항우연은 2019년 시험 발사를 목표로 잡고 있다. 2018년까지 한국형 발사체에 대한 상세설계를 끝낼 계획이다. 우리 기술로 만든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2020년으로 예정된 달 탐사 궤도 위성 발사에도 관련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조 원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발사체 개발을 민간이 이끄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한국형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은 물론 수출산업화 추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 (참고) 이하 이날 진행된 기자 브리핑. 조 원장과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의 일문일답.

▷ 내년 12월 시험 발사라면 다소 빠듯한 일정이다.

= 시험 발사는 전체 3단 로켓에서 맨 밑의 (가장 규모가 큰) 1단은 빼고 나머지 위의 2단과 3단을 쓴다. 시험 발사체는 가까운 거리만 비행하게 되며 세부 분야별로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고 본부장)

▷ 시험 발사 때는 왜 2단과 3단만 발사하나?

= 한국형 발사체에서 중요한 것은 75t급 엔진이다. 즉 2단 로켓에 탑재된 75t급 엔진이 실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걸 보려고 시험 발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 (고 본부장)

▷ 발사체가 실패 없이 성공한 사례가 외국에도 있나?

= 최초 개발한 발사체가 성공할 확률은 33∼34% 정도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발사체의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통계를 내도 그 확률이 93%다. 93%를 그냥 보면 높은 수치지만 공학적 관점으로는 불안정한 요소가 있다. 우리도 가지고 있다. 자동차나 항공기와 비교하자면 굉장히 위험한 물건이다. 하지만 개발은 목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다소 도전적인 목표이기는 하지만 2017년 12월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개발진을 힘들게 한 게 불안정 연소인데 75t급 엔진의 연소 불안정성이 거의 잡혀가고 있다. 지난주 시험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작년 10월부터 시험하면서 우리 원하는 것에 근접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는 기술적으로 제대로 길을 가고 있다. (조 원장)

▷ 달 탐사 사업과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의 관계는?

= 두 사업은 별개다. 달 탐사에서는 일단 2018년 탐사선을 외국 발사체로 실어 보내는 것으로 돼 있다. 2020년에는 한국형 발사체를 쓴다. 그런데 지금 만드는 한국형 발사체는 지구 밖 궤도에 위성을 실어 나르는 용도다. 달까지 가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로켓 상단에 1단을 추가해 4단을 만들어야 한다. 나로호 때 개발한 고체 로켓을 사용하는 것으로 기획됐다. (고 본부장)

▷ 시험 발사를 한차례만 해도 되나? 엔진 개발과 관련해 가장 어려운 문제가 뭔지 물리학적 복잡성 등을 쉽게 설명해달라.

= 엔진 개발 단계에서는 지상 시험만으로 충분하다. 정해진 압력과 유량에 따라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면 되니 지상 시험만 하면 된다. 시험 발사는 한번 할 때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발사 한 번에 우리 연구원들이 다 몰려 있어야 한다. 지상에서도 괜찮았는데 비행 때도 괜찮은지를 보자는 취지지 시험 비행을 여러 번 해야 하는 건 아니다. 2단계 사업(2015∼2018년 사업)의 목표는 시험 발사체의 발사 성공이다. 실패하면 재발사를 해야 하는데 그건 그때 가서 봐야 한다.

가장 어려운 점은 앞서 언급한 연소 불안정이다. 과거 과학로켓 3호(KSR-Ⅲ) 때도 불안정 연소 때문에 개발이 지연됐다. 작년부터 엔진 연소기 실험을 하면서 불안정 연소 줄이려고 설계를 계속 바꾸는데 잘됐다가 못됐다가 들쑥날쑥했는데 작년 말부터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로켓 엔진 연소기는 고압으로 연소가 된다. 균일한 압력으로 연소가 되어야 하는데 교란이 일어나 압력·온도가 높아지고 낮아지고 하면 엔진이 폭발한다. 실제 시험 과정에서 엔진이 폭발하는 사례가 많다. 안정적 연소가 되어야 발사체에 달아 비행을 할 수 있으니 꼭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확실하게 해결됐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고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고 본부장)

dsun@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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