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IT/과학 > 과학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나로호 비상 뒤에 숨겨진 과학계 상처

[기타] | 발행시간: 2013.02.04일 17:27
[백나영기자]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로호는 분명 실패할 거야."

나로호 취재를 위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도착한 첫날. 기자는 나로호 발사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독자에게 직접 전할 수 있다는 마음에 들떠 있었다.

나로호 발사를 하루 앞두고 과학계에 종사하는 지인과 통화를 할 기회가 생겼다. 전화기 넘어 들리는 무심한 목소리와 부정적인 전망은 한껏 들뜬 기자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나로호 발사는 이번에도 실패할 게 분명하니 실패에 초점을 맞춰 취재하라고 조언했다.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도 않고, 책임도 지려 하지 않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어."

무관심으로 무장한 발언이었지만 사실은 상처가 스민 말이었다.

오랜 시간 과학계에 종사해 온 그는 누구보다도 나로호의 성공을 바란 사람이었다. 지난 4년 동안 십여 번의 발사 연기와 두 번의 발사 실패로 그의 기대감도 사그라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로호의 거듭된 실패보다 그를 실망시킨 것은 과학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실패 때마다 과학계에 쏟아지는 여론의 뭇매였다.

나로호 개발에 직접 참여한 과학자들의 상처는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컸을 것이다. 실제 나로호 발사 성공 후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과학자들의 상처를 접할 수 있었다.

조광래 나로호 발사추진 단장은 발사 성공 후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첫 마디를 떼기도 했다. "2009년 첫 발사에 성공했으면 국민의 관심도 식지 않았을 테고 우주개발사업의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었을 텐데…"라는 그의 발언에서 그동안 과학자들이 겪었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듯 했다.

사실 우주 선진국 미국과 러시아도 발사체 개발 초반에는 무수한 실패를 겪었다. 1950년대 미국의 발사 실패율은 66%, 러시아의 실패율은 37%에 달했다. 초기 발사 성공률이 높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조 단장은 성공 후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보다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이다. 나로호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나로호의 성공을 두고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진행된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로 인해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1단 액체 엔진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로호 프로젝트 성공이 칭찬받아 마땅한 이유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과학자들의 밤낮없는 노력으로 성공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국내 우주개발사업은 매우 열악한 상태다. 연구인력은 200명 정도 수준으로 우주 선진국과 비교하면 적게는 1/10, 많게는 1/200까지도 차이가 난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예산은 한 해 2억 달러로 미국의 1/200, 일본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공식적으로 1단 액체 엔진 기술 이전을 받지는 못했지만, 나로호 개발 동안 러시아 연구진과 동고동락하면서 배운 노하우와 축적한 기술도 상당하다.

지난 10여년간 깊이 베인 과학자들의 상처는 나로호의 성공으로 아물어가고 있다. 상처가 아물면서 굳은 살이 박히고 그 부위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냉정한 평가로 딱지를 뜯어내기보다는 따뜻한 박수로 과학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우주강국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아이뉴스24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10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할빈 2025년 제9회 동계아시안게임은 북경 동계올림픽에 이어 중국이 개최하는 또 다른 중대한 국제 종합성 빙설대회로 할빈시적십자회는 동계아시안게임 보장에 참가하는 14개 대학의 6600명 자원봉사자에 대한 긴급 구조 훈련 임무를 수행했다. 5월 12일 첫번째 동계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70년 일했는데 건물 없어" 이순재, 스타병 걸린 후배 '상습 지각' 쓴소리

"70년 일했는데 건물 없어" 이순재, 스타병 걸린 후배 '상습 지각' 쓴소리

사진=나남뉴스 어느덧 7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연기 경력의 대배우 이순재(89)가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겠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17일 이순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7일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재산 많이 잃었다" 구혜선, 학교 주차장에서 포착 '집도 없어'

"재산 많이 잃었다" 구혜선, 학교 주차장에서 포착 '집도 없어'

사진=나남뉴스 배우 구혜선이 일정한 주거지도 없이 차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포착돼 놀라움을 안겼다. 지난 16일 tvN '진실 혹은 설정-우아한 인생'에서는 구혜선이 만학도 대학교 졸업을 위해 학교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노숙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마지막 학기를

습근평, 로씨야 대통령 뿌찐과 회담

습근평, 로씨야 대통령 뿌찐과 회담

5월 16일 오전, 국가주석 습근평이 북경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로씨야 대통령 뿌찐과 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회담전에 습근평이 인민대회당 동문밖 광장에서 뿌찐을 위해 성대한 환영의식을 거행하는 장면./신화사 기자 5월 16일 오전, 국가주석 습근평이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