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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이 살기 톡톡] '언제 어디서든 通하는 건 노예와 같은 삶'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2.12일 12:03
[동아일보]

속도와 집착에서 벗어나 삶의 주인으로 재탄생

《 ‘포노사피엔스(Phono-sapiens)족’이라는 신조어 혹시 들어보셨나요? 영국의 한 모바일 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6분 30초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고 합니다. 요즘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물론이고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중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죠. 이것 없이는 불안해 잠시도 못 견디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에서 해방되려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아예 갖고 다니지 않거나 구형 단말기로 바꾸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고립감을 감수하더라도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안티 스마트폰족’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소외감 부채질하는 스마트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할 정도로 데이터의 소비가 많은 편이었어요. 어느 날 최근 3, 4년 동안 읽은 책이 거의 없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어요. 갑자기 스마트폰이 감옥처럼 느껴지고 환멸이 들더군요.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나를 해독한다’는 뜻의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어 실천하고 있어요. 한 번씩 폰을 꺼두고 마음에 드는 책을 필사하고 있어요. 디지털 기기를 들여다볼 때 느끼는 멀미감이 사라지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답니다. 배터리도 하루 이상 사용하게 되니 충전의 스트레스도 사라졌어요.” ―직장인 양모 씨(44)

“대기업을 5년 정도 다니면서 새벽에 집에 들어가 3시간 자고 나오는 삶을 반복했어요. 생의 즐거움이 전부 소진되는 느낌이 들고 도저히 이대로는 못살겠다 싶어 사표를 냈어요. 폰도 없애고 도서관에 나가 사법시험을 준비한 지 1년이 다 돼 가요. 손에 폰을 들고 있지 않게 되니 실제로 시간이 진짜 많이 아껴져요. 그 대신 손목시계는 필수죠. 생활에 여백이 생겼어요. 요즘은 연인이나 친구들을 만나서도 각자 스마트폰을 보느라 서로의 안색을 거의 살피지 않더군요. 저는 폰을 없애면서 상대의 안색을 살필 수 있고 시험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사실 폰을 없앤 이유가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서지만 소외감이 들어서예요. 일하다 폰이 울려서 보면 ‘ㅋㅋㅋ’ 같은 게 찍혀 있고, 까딱하다 놓치면 단체 카톡방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수십 개씩 쌓이죠. 그럴 때면 나 없는 사이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이상해요. 나중에 사회생활을 다시 하게 되면 폰을 살 수도 있겠죠. 그렇더라도 폰의 노예로 여백도 없는 삶을 살고 싶진 않아요.” ―고시생 조모 씨(33)

시간을 벌었다는 느낌

“스마트폰을 떨어뜨려서 액정화면이 산산조각 났어요. 순간 ‘아날로그로 돌아갈 시점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리퍼 수리를 맡긴 2주 동안 폴더폰을 썼어요. 버스정보시스템을 미리 보지 못하고 추운 날씨에 버스를 30분 이상씩 기다려야 할 땐 힘들었어요. 광고 쪽 일을 하는데 여기저기서 오는 전화 연락뿐 아니라 자료 공유나 일정 연락 같은 게 생각보다 카카오톡을 통해 많이 이뤄지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휴대전화가 없어 불편한 건 자신보다는 주위 사람이더라고요. 그 대신 4시간 정도 되는 통근시간에 영어공부를 하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하니 시간을 번 느낌이 들었어요.” ―광고영상디자이너 김은서 씨(24)

“작년 남극 세종기지 부두에서 몸을 기울여 실험용 바닷물을 뜨다 폰을 바다에 빠뜨렸어요. 당시 월동대원들은 업무사항을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 수단이 없어진 거예요. 단체생활에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무척 속을 끓였어요. 또 명절에 가족에게 돈을 부치려고 계좌이체를 하려는데 보안 때문에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을 해야 했어요. 단말기가 없어서 문자로 인증번호를 받을 수가 없으니 저를 공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장치가 아무것도 없더군요. 제가 저인 게 확실한데도 말이에요. 그 대신 폰 없이 지내는 동안 남극의 얼음과 바다를 실컷 봤어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폰을 샀지만 가끔 폰 없이 지내던 남극 시절이 그리워요.” ―자연과학 관련 연구원 안모 씨(31)

“2주 전 학교에 지각했어요. 폰 제출하는 시간이 지났더라고요. 그래서 수업시간에도 평소처럼 폰으로 게임도 하고 웹서핑도 하고 있었죠. 그러다 같은 반 친구가 선생님께 알려서 결국 폰을 뺏겼습니다.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어 간다는 말이 맞아요. 폰이 없어지니까 제 시간을 제가 주인으로서 결정해서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폰을 아직 돌려받지는 못했는데 이대로 폰 없이 지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책도 더 보고 글도 더 쓰고 있어요.” ―고교생 견시량 군(17)

“폴더폰으로도 잘 살아요”

“16년째 폴더폰을 쓰고 있어요. 문자로 디지털 청첩장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사진이 희미하게 보여 내용을 확인 못한 적이 한 번 있는 것 빼고는 불편함이 없어요. 아무리 길어도 문자메시지는 온전히 들어오거든요. 조용한 걸 좋아하는데 스마트폰으로 바꾸면 수시로 메시지가 오니 알림소리가 성가실 것 같아요. 글을 쓸 때 주위 소리에 일일이 반응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니까요. 폴더폰은 한번 충전하면 배터리가 3일은 가고 전자파도 적게 나와요. 앞으로도 계속 폴더폰을 쓸 거예요.” ―시인 이정화 씨(54)

“1975년생인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예요. ‘응답하라 1994’는 제 얘기였죠. 그래서 그런지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폴더폰이 좋아요. 가끔 주위에서 저처럼 폴더폰을 사용하거나 혹은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내는 분을 보게 돼요. 그런 분들을 보면 반갑고, 왠지 그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외에 있는 지인들은 소통하기 어렵다며 스마트폰으로 바꾸라고 권유하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오래 쓰는 성격이라 그냥 정들어서’라고 말하곤 해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거나 필요한 순간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어렵지만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직장인 문모 씨(41)

“여행을 자주 다녀요. 3년 이상 스마트폰으로 주변 정보를 검색하거나 지도 앱 등을 활용했어요. 그러다 세상이 점점 사람 대 스마트폰의 관계로 내몰리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체국 알뜰폰으로 바꿨습니다. 폴더폰으로 바꾸니 도보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느라 놓쳤던 풍경들을 만날 수 있어요. 간혹 실시간 연락이 안 된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지인들이 있는데 그때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나 지난달 폰 요금 7800원 나왔어’라고요.” ―여행가 윤석율 씨(40)

“3년 전에 폴더폰으로 바꿨어요. 취향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화기’라면 말 그대로 ‘전화기’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폴더폰은 생김새나 용도도 일단 전화기잖아요. 숫자 버튼도 누르면 누르는 대로 꾹꾹 들어가고요. 스마트폰은 화면이 매끈해서 버튼을 누르는 느낌이 없어요. 전 폴더폰 특유의 버튼이 눌리는 느낌이 좋아요. 스마트폰을 안 쓰는 이유에 대해 다른 분들은 ‘메시지에 얽매이지 않고 집중하는 시간이 생겨서 그러느냐’ 하시는데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이 전화기가 전화기같이 생기고 필요할 때 문제없이 전화 걸고 끊는 것으로 작동하는 게 좋아요. 전화기에 굳이 스마트함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수의사 김란도 씨(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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