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서민교 기자] 70분의 드라마가 1분처럼 짧게 느껴졌다. 일촉즉발 협상극. ‘협상’이란 낯선 소재의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쫄깃한 신선함으로 매료시켰다. 영화를 보다만 느낌이랄까.
‘피리부는 사나이’(연출 김홍선·극본 류용재·이하 ‘피부사’)의 시작과 끝을 알린 시간을 멈춘 듯한 파괴적이지만 잔잔한 피리 소리에 홀렸다.
tvN 월화드라마 ‘피부사’는 지난 7일 첫 방송부터 화끈하게 몰아쳤다. ‘라이어 게임’의 김홍선 PD와 류용재 작가의 두 번째 만남은 진리였다. ‘협상극’의 낯선 궁금증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경계를 첫 방송에서 명확하게 그었다. ‘역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장르물이었다.
영화 같은 엄청난 스케일의 씬들은 숨을 쉴 수 없는 긴장감 속에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시침이 늦은 밤 12시를 향하는 시청자의 눈꺼풀도 내려앉을 틈을 주지 않았다.
‘피부사’는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끝까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위기협상팀’과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의 대립을 그린다. 기존 장르물에서 다루지 않았던 ‘위기 협상’을 주요 소재로, 총이 아닌 소통과 협상이라는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갈등 해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첫 방송에서는 주요 인물을 소개하는 서막이 펼쳐졌다.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기업협상가 주성찬(신하균 분)은 테러범과 인질극을 벌이는 도중 철저한 계산 속에 인질이 죽었다. 그의 협상을 위한 계산은 약혼자의 죽음으로 이어지며 분노와 갈등을 겪는 모습이 그려졌다.
경찰특공대를 저버리고 위기협상팀에 지원한 여명하(조윤희 분)는 상대 심리를 파악하는 뛰어난 감각의 면모를 드러냈다. 하지만 첫 인질극 현장에서 주성찬과 정반대 성격의 유능한 팀장이자 함께 사는 삼촌인 오정학 팀장(성동일 분)을 잃었다.
정의감이 넘치는 보도국 방송기자 윤희상(유준상 분)은 영웅으로 떠받들어진 주성찬을 향한 의혹을 제기하며 특종을 위해 몸을 던졌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등장은 음산했다.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음성변조된 목소리로 괴물의 본색을 드러냈다.
긴박한 전개 속에 드라마의 스펙터클한 배경도 눈을 사로잡았다. 테러범의 인질극이 벌어진 해외 로케에 이어 서울서 펼쳐지는 폭파 씬들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장치 역할을 톡톡히 했다.
2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신하균은 혈혈단신으로 1화를 끌고 갔다. 천재 협상가로서의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언변에 감춰진 내면을 완벽히 표현했다. 드라마의 흐름과 함께 서서히 폭발한 갈등과 분노의 절규는 긴장과 흥분의 데시벨을 끌어올렸다.
이미 휘파람 소리에 홀려버린 ‘피리부는 사나이’는 시청자와 이야기를 나눌 준비를 끝냈다.
서민교 기자 11coolguy@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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